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사람 뿐만 아니라 가축도 '헉헉' 거리고 있다. 지난 30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내에서 폭염으로 폐사된 가축은 모두 3만6,047마리에 달한다.
매일 계사(鷄舍)와 돈사(豚舍)를 드나들며 가축과 함께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축산인들을 만났다.
■ 30도를 웃도는 계사=지난 31일 오전, 강원 철원읍의 한 육계농장의 계사 안에서는 열기를 식히기 위한 대형 바람팬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계사 내 온도계는 30도를 찍고 있었고 닭들은 숨을 헐떡이며 물을 마시면서 날개를 퍼덕였다.
농장주 A씨는 “출하를 앞두고 있던 3,000여 마리 중 상당수가 죽었다”며 “야간에라도 온도를 낮춰야 하는데 열대야가 심해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육계는 보통 25일에서 35일 가량 사육 후 출하 되는데, 이 시기의 닭은 더위에 가장 민감하다.
A씨는 “30일 가량 된 닭은 22~23도 정도의 시원한 환경이 필수인데 지금은 꿈도 못 꾼다”며 고개를 저었다.
철원지역에서는 약 250만~300만 마리의 닭이 사육 중이며 이는 도내 전체 사육수의 약 30%를 차지한다.

■ 더위에 지친 돼지=같은 날 오후, 춘천시 동산면의 한 돈사에서는 농장주 B(72)씨가 더위에 지친 돼지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이런 더위는 30년 양돈 생활 중 처음”이라며 “더위가 지속돼 큰일이고 이러면 돼지가 비명을 지른다”라고 말하면서 연신 바닥에 물을 뿌렸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지만 29~34도를 찍은 실내온도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사료에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를 섞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B씨는 “돼지가 더위에 지치면 사료를 덜 먹고, 그렇게 되면 출하 일정이 한 달씩 밀린다”면서 “사료는 들어가는데, 출하는 못하니 손해만 커지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B씨는 현재 2,50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돼지 한 마리를 출하하기까지 평균 180일이 걸리는데, 무더위로 성장이 늦어지면서 이 기간이 30일 이상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우려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폭염에 따른 가축 피해가 본격화되자 강원특별자치도와 각 시·군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
강원도는 현재 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운영하면서 농가 피해 상황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철원군 관계자는 “고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영양제와 해소제를 각 농가에 공급하고 있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닭 사육 마리 수 조절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