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호수공원이던 신정호 공원이 충청남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휴양공간에서 사계절 꽃이 피고 다양한 정원 문화가 흐르는 '정원 도시의 시작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지방정원'은 국가의 정원 정책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자연생태·경관·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조성한 정원을 등록·관리하는 제도로, 지역 생태자원과 정원문화를 담은 중요한 거점이다. 그동안 경기도 양평의 세미원, 전라남도 담양의 죽녹원, 경상남도 거창 거창창포원 등 전국 각지에 지방정원이 운영되고 있으나, 충남에는 그동안 지정된 사례가 없었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신정호는 1926년 조성된 인공 호수로, 수려한 자연경관 덕분에 오랜 시간 아산의 대표 관광지로 사랑받아왔다.
그런 신정호가 올해 초, 전국에서 13번째, 충청남도에서는 최초로 지방정원으로 지정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 여덟 개의 테마정원이 품은 정원의 철학=신정호 지방정원의 핵심은 단연 테마별로 구성된 8개의 정원이다. 각 정원은 단순한 식물 전시를 넘어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환영정원=정원의 입구에 위치한 이 공간은 이름 그대로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화사한 색감의 꽃들과 향기 식물이 배치되어, 정원 여행의 시작을 밝고 경쾌하게 여는 역할을 한다.

△사계절·색깔정원=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과 나무의 색을 주제로 구성된 정원으로, 봄부터 겨울까지 자연이 입는 색의 옷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시각적 리듬감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다랭이정원=과거 농촌의 계단형 논밭을 모티브로 설계된 정원이다. 계단식 테라스에는 식물 자원이 심어져 있으며, 미래의 식물소재 시험 재배지로도 활용된다. 전통 농경문화와 정원문화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물의정원=신정호의 물을 활용한 수경정원으로, 수질정화 장치를 통해 정화된 물이 캐스케이드를 타고 흘러내려 호수로 이어진다. 경관과 기능을 겸비한 생태정화형 정원이다.



△산들바람언덕정원=신정호 남측 언덕을 따라 조성된 이곳은 정원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의 정원이다. 언덕에 서면 멀리 호수와 산책길이 한 폭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마른정원=암석이 풍화되는 자연의 과정을 콘셉트로 구성한 생태정원이다. 식생 구획을 통해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들을 소개하며, 기후위기 시대 생태 적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연꽃정원=여름철, 수면을 가득 메운 연꽃이 장관을 이루는 이 공간은 계절의 정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연잎 사이로 퍼지는 향기에 취하게 된다. 습지 생태와 정원의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시민정원='월화수목금토일' 일곱 개의 테마로 조성된 포켓 정원으로, 시민들이 직접 꽃을 심고 가꾸는 참여형 커뮤니티 정원이다. 도시 속 정원 문화의 확산과 공동체 활동의 중심이 된다. 멸종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 서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먹이식물 쥐방울덩굴을 식재해 꼬리명주나비가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도 했다.

■걷기 좋은 길, 보고 듣는 재미까지=신정호 호수변에는 총 4.8km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1km 간격마다 거리표식이 설치돼 운동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산책길의 시작은 메타세쿼이아길로, 이국적인 풍경이 이어지며 곳곳에 포토존과 '물멍'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주말이면 음악 분수, 야외 공연장, 조각공원 등을 중심으로 문화예술행사도 자주 열려, 단순한 자연 감상에서 머물지 않고 예술과 사람,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정원문화의 장으로 진화 중이다.
주차는 총 975면 규모로, 신정호 생활체육공원 주차장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충남 제1호 넘어, 국가정원으로의 도약 준비 중"
충청남도와 아산시는 이번 신정호 지방정원 지정을 계기로, 정원문화 확산과 생태관광 산업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정호 일대를 확장해 2030년까지 국가정원(30만㎡ 이상) 승격을 목표로 추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신정호는 이제 단순한 공원을 넘어선다. 여덟 개의 이야기를 가진 정원이 모여 하나의 생태예술 공간이 되었고, 시민과 관광객은 그 안에서 자연의 시간과 쉼의 가치를 되새기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신정호 역사 간추리기="마산저수지를 아시나요" 아산시 방축동 5번지 일원에 위치한 신정호(면적 659,831㎡)는 일제강점기인 1926~7년 수리시설로 건설됐다. 공식명칭은 마산저수지로 현재 온양관광호텔의 전신인 신정관의 부속 유원지로 개발됐다. 경제 성장과 함께 새로운 놀이시설과 휴가 문화의 등장 및 해외여행 자유화 등 관광 유형의 변화로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쇠퇴해 왔다. 시는 신정호 일대를 되살리기 위한 정비 노력으로 1984년에 '신정호 국민관광지' 로 지정하고, 1993년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해 잔디광장, 조각공원, 주차장 등을 만들었다. 후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건립하고 야외 상설무대와 각종 편의시설 등 갖췄다.
2006년에는 5년간 총사업비 350억원을 투입하는 신정호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해 생활체육공원 조성 사업을 중심으로 둘레 산책길, 연꽃단지, 그리고 '다솜다리' 등 다양한 공간을 조성했다. 동시에 2009년부터 4년 계획의 신정호 자연생태공원 조성사업도 진행했다. 보물섬이라 불리던 제방 동쪽 끝 저수지 준공 기념탑은 울타리처럼 둘렀던 시설이 없어진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처음 세울 당시 모습 그대로이나 훼손된 부분이 많다. 마산저수지(신정호)는 당시 아산군수였던 홍우숭이라는 사람이 온양수리조합 설립과 저수지 축조 추진을 주도해서 '홍공제(洪公堤)'라고도 했는데 기념탑 북쪽 면의 홍공제 명판과 좌우의 대리석판은 없어지고 '사업개요'를 기록해놓은 남쪽의 것만 남아 있다.
한신협·대전일보=김정규 기자
사진=충남 아산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