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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강원학생 100명 중 6명 도박 경험, 대책 강구를

강원지역 초·중·고 학생 100명 중 6명이 도박을 경험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초등학생의 도박 경험률이 11.1%에 이른다는 사실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 교육과 사회 전반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국 평균(4.3%)을 훌쩍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는 강원도교육청이 의뢰하고 강원교육연구원이 실시한 첫 대규모 실태조사로, 도내 전 지역의 학생 3만여명이 참여해 대표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는 그 자체로도 경악스럽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도박이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중독과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도박 문제로 치유기관을 찾은 강원도 청소년은 2020년 24명에서 2023년 77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는 사실은 경각심을 갖게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도박 경험이 사기, 친구 폭행, 사채 이용 등으로 연결되며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한다. 한창 정서적·사회적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야 할 시기에 잘못된 자극과 습관에 노출되면 그 파장은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재 학교 현장의 대응은 미약하다. 예방교육이 교사 개인에 의존하고 있고, 관련 예산과 인력조차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교육청 차원의 종합적인 프로그램이나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가정의 관심은 더욱 부족하다. 교사의 절반은 학생 도박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반면, 자녀의 도박 징후를 목격했다는 학부모는 0.8%에 불과하다. 이는 학생의 일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책임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초등학생의 도박 경험률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도박 문제는 이제 조기 개입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전 연령대 대상 도박 예방교육뿐 아니라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와 체험형 프로그램이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도박과 게임 아이템 거래 등 새로운 형태의 도박을 학교교육 안에서 직접 다루고, 실질적인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가정·지역사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지역 도박예방센터, 청소년 상담기관 등과 연계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도박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자녀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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