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지역 소아 의료공백이 심각하다. 휴일이나 야간에 소아 응급환자 발생시 진료받을 의료진이나 병원이 없어 가벼운 증상이 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소아 의료공백이 지역소멸의 시계를 더 빠르게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강원지역 소아 의료공백의 현황과 문제점, 대안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올해 7월1일 삼척에서 단순 폐렴 증세를 보인 생후 12개월 A양이 지역 병원에서 서울 대형병원으로 수차례 옮겨지며 결국 뇌손상을 입었다. 삼척에서 강릉, 춘천 등을 거쳐 서울까지 330㎞ 이동하는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뒤늦게 치료를 받은 것이 원인이었다.
지역 병원에서는 소아응급실 전문의 부재와 전공의 이탈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전공의 부족으로 신생아중환자실, 입원환자, 외래진료 등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양구 해안면에 거주하는 송현욱(44)씨의 아들 B(18)군 역시 갑작스러운 기흉 증상에 지역 병원을 찾았지만 대형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송씨는 “갑자기 큰 병이라도 걸리면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없어 항상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내 소아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은 골든타임과 직결돼 있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응급의료권역 가운데 소아전문응급센터가 하나도 없는 곳은 강원지역이 유일하다. 이때문에 중증 소아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수도권까지 가야 치료를 받을 수있다.
소아 전문의와 야간·휴일 진료기관도 부족하다. 2024년 기준 도내 대학병원 4곳(강원대·강릉아산병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한림대춘천성심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총 31명이다. 이중 소아응급 관련 전문의(소라응급·소아호흡기)는 강원대병원에만 2명이 있을 뿐이다.
강원지역 거점 병원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없는 이유는 자녀 교육을 비롯한 인프라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정열 강원특별자치도 의사회장은 “2017년 신생아가 숨진 이대목동병원 사태 이후 필수과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며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 각종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무환경이 수도권 보다 열악한 강원지역의 경우 희망자를 구하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