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사설

[사설]행정 정보시스템 안정화,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초유의 사태
특정 지역 센터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문제
정기적 모의훈련 통해 위기 대응 능력 키울 때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는 전자정부의 근간을 뒤흔든 초유의 사태다. 지난 26일 화재로 인해 정부24, 국민신문고, 나라장터, 복지로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647개 행정 정보시스템이 동시다발적으로 중단되면서 국민의 불편은 물론, 행정의 마비에 가까운 혼란이 발생했다. 디지털 시대에 정보시스템 장애는 곧 행정의 실패로 직결되는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인 시스템 점검과 근본적인 안정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도는 여중협 행정부지사 주재로 2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18개 시·군과 함께 민원·복지 등 대민 서비스 분야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며 비상 대응체제를 가동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단지 물리적 재난에 그치지 않고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만큼 단순 복구 수준 이상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우선적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핵심 국가정보가 과도하게 중앙집중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번 화재로 단일 센터에 설치된 다수 기관의 시스템이 동시 마비됐다는 것은 백업 체계와 이중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특정 지역 센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언제든 또 다른 대규모 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분산형 정보자원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도 차원의 자체 백업 및 재해복구(DR) 시스템을 다시 살피고, 주요 데이터는 중앙과 지역 간에 이원화해 보관·운용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또한 이번 사태는 단순 시스템 장애를 넘어 ‘디지털 주권’의 위기이기도 하다. 국민의 신원 정보, 행정기록, 공공조달 정보 등 민감한 정보들이 무방비로 중단되고, 복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는 국민 신뢰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이제 ‘속도’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행정 정보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사이버보안, 전력 관리, 화재 예방, 장애 예측 기술 등 전방위적인 점검과 함께 정기적인 모의훈련을 통해 위기 대응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는 산악지형과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디지털 기반 행정서비스가 일시라도 멈추게 될 경우 타 지역보다 불편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 단위에서 선제적으로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로컬 백업 체계, 비상 민원 대응 매뉴얼, 이동형 행정 지원 시스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와 함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 단위 기관에 오프라인 민원 지원 기능을 강화해 유사시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 이번 사고는 ‘디지털 행정’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공공 인프라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정보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점검과 더불어 재난과 사이버 위협에 모두 대비할 수 있는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