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기고

[확대경]AI의 순기능과 역기능

나승권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교수, 공학박사

AI(인공지능)가 현대사회에 미친 순기능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지만 역기능 또한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

급변하는 AI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만성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스트레스는 고도의 경쟁적 환경에서 오는 압박감이 주요 원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친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우울증뿐만 아니라, 무기력, 소화불량, 두통 등 질병을 부르는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들과의 대화가 줄면서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과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 연결성 부족이나 소외감, 이해관계 상충, 사업 실패에 따른 상실감으로 인해 일상의 불편함을 야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 국민정신건강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 경험률이 2022년 63.9%에 비해 2023년 73.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전체 응답자 중 28.6%가 '수면'이라고 답했고 '명상 휴식'(19.9%), '운동'(19.4%), '음식 섭취'(17.6%) 등이 뒤를 이었다. 타인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신경쓰지 말아야 할 것은 과감하게 내려 놓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면서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삶의 질 또한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AI가 의료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병원의 진료실, 약국의 복약 안내, 가정 속의 스마트워치까지 AI는 이미 우리의 건강을 관리하는 일상적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기술이 깊숙이 삶 속으로 들어오는 만큼, 우리는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AI가 건강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예측과 조기 발견 능력이다. 과거에는 이상 증세가 뚜렷해지고 난 뒤에서야 병원을 찾았다면, 지금은 피부 사진 한 장, 심박수 변화, 수면 패턴만으로도 이상 여부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의료 접근성이 낮았던 취약계층에게 특히 유효하며,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또 하나의 핵심은 의료 불균형의 완화다. 지역에 따라 전문의가 부족했던 문제는 AI 기반의 판독 보조와 원격 진료로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고령층이나 만성 질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오가야 했던 불편도 줄고 있다. 이는 기술 발전의 대표적인 ‘포용적’ 효과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AI가 만능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정확해질수록, 사람은 기술에 더 의존하려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특히 건강과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는 잘못된 데이터 입력이나 알고리즘 편향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AI는 확률에 기반해 판단할 뿐, 개인의 정서나 맥락을 읽어내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의료의 본질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의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또한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중요한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건강 데이터는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드러내는 민감한 정보다. 이를 누가 어떻게 보관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기술은 이로운 길과 위험한 길로 갈라질 수 있다. 따라서 법적·윤리적 장치 마련과 투명성 확보는 AI 의료 시대의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결국 AI가 가져올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규제와 윤리를 세심히 갖추되, 기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AI는 건강관리의 새로운 돌봄 모델을 열어줄 수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의료가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의료 AI가 만들어야 할 미래가 바로 그것이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