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농어촌과 산간지역에서는 ‘식품사막’이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식품사막이란 슈퍼마켓이나 신선식품 판매점이 부족하여 주민들이 기본적인 먹거리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말한다. 통계청이 실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3만7,563개 행정리 가운데 2만7,609곳(73.5%)에는 식료품 소매점이 전혀 없다.
강원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며, 전체 2,266개 행정리 중 1,457곳(64.2%)에서 주민들이 마트나 편의점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강원연구원 정책톡톡 자료에 따르면 강원지역 농촌인구 7.2%가 식품사막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흔히 농어촌은 먹거리가 풍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중교통 체계가 열악한 농어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거동마저 불편한 고령층은 라면, 장아찌, 젓갈 등 오래 보관 가능한 음식 위주의 식사를 이어가며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농어촌은 주민들의 건강 악화로 또, 도심지역은 인구 공동화(도심지 인구가 집값 상승 등으로 도시 외곽으로 이동하여 도심지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 문제 등이 합쳐져 지역 소멸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모운동 마을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만물 트럭’이 찾아온다. 1톤 트럭에 300여 품목을 싣고 채소, 과일, 고기,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 이동식 마트는, 구멍가게 하나 없는 산골 마을 주민들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일본에서도 대형 편의점 가맹사업체 중 한 곳은 이동식 판매 차량을 또, 약국 가맹사업체 중 한 곳은 원격의료와 결합해 약과 생필품을 함께 배달하는 이동판매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을 비롯해 원주, 강릉, 삼척, 영월 등으로 확대 운영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수준을 넘어 지역 공동체 유지, 노인 복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결합한 정책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어촌 어르신들은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먹고 싶어도 심부름을 해줄 자녀도, 삼겹살을 살 곳도, 마트가 있는 읍내까지의 대중교통 수단도 없다. 식품사막 속에서 방치된 이들은 마치 비보호좌회전 앞 신호대기처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식품사막 문제는 단순한 유통·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의 존립과 직결된 위기이기도 하다.
전라남도는 2024년 12월 「전라남도 공공형 기초생활편의서비스 지원 조례」를 최초로 제정하며 제도적 해법을 마련했다.
강원도 또한 이동장터 확대, 공공형 마트와 협동조합 모델, 주민 일자리 창출형 배달 서비스 등 다각도의 해법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이미 수년간 만물상을 운영해왔던 운영자들과도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등 협업과 상생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농어촌의 식품사막 문제는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국가적인 과제다. 주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물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핵심 대책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 민간이 협력하여 식품사막 해소를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식품사막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비보호 표지판 앞에 서 있는 농어촌 주민들에게 이제는 안전한 초록색 신호를 밝혀 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