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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언대]교사의 희생을 멈추기 위한 제언

조백송 춘천 대룡중 운영위원장

◇조백송 춘천 대룡중 운영위원장

교사의 희생을 멈추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되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끝에 감당할 수 없는 민원과 과중한 업무에 짓눌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은 더 이상 교사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이는 교육행정의 구조적 실패이자 사회적 방관의 결과다. 추모의 촛불이 끝나면 다시 잊히는 슬픔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먼저 교사가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교사들은 수업보다 행정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각종 공문, 행사, 회의, 보고서 작성 등으로 정작 학생과 마주할 여유가 없다. 교사를 ‘교육전문가’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행정업무를 전담할 교육행정 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또한 불필요한 보고와 평가를 줄이고, 교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행정업무는 팀 단위로 분담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교사는 학부모의 무분별한 전화, 문자, 심지어 SNS 항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민원 3단계 보호 시스템’을 도입해, 교사에게 직접 민원이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 내 전담창구에서 1차 검토 후 필요시만 교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악성 민원이나 폭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즉시 개입하고, 법률지원을 자동으로 연계해야 한다. 교사는 더 이상 홀로 민원을 감당해서는 안 된다.

교사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정서적 어려움을 돌보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은 억눌러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정작 교사 본인의 심리적 고통은 외면받고 있다. 정기적인 심리검사와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소진이 우려되는 교사에게는 단기 치유휴직제를 도입해 회복의 시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교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와 학부모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학교는 더 이상 ‘민원처리기관’이 아니다. 교사의 교육과 지도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 입학과 진학 단계마다 학부모 대상의 상담을 의무화하여, 교권과 학생권리가 함께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강화하여 교권침해에 대한 교육청의 직권조치권을 명확히 하고, 피해 교사에게 법률·심리·치유비용을 지원하는 교원안전보호기금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교사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신설해, 주말이나 야간의 민원 연락을 제한해야 한다.

교사의 죽음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교육의 제도적 실패의 결과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교사가 존중받는 사회만이 교육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교사들이 더 이상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는 이제 실질적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추모를 넘어 제도를 바꾸는 일, 그것이 고인을 향한 진정한 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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