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부 지역이 강력한 태풍 '갈매기'에 직격탄을 맞아 최소 26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4일(현지시간) 필리핀 민방위 당국에 따르면, 시속 130㎞의 지속적인 강풍과 시속 180㎞에 달하는 최대 풍속을 동반한 태풍 갈매기는 이날 세부주를 포함한 중부 지역에 상륙했다.
이로 인해 세부시 일대에는 24시간 동안 183㎜의 폭우가 쏟아졌고,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특히 세부주에서는 21명이 숨졌으며, 전체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26명으로 집계됐다.
민방위 관계자는 AFP 통신에 "대부분은 익사로 인한 사망"이라고 전했다.
세부 인근 보홀주에서는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깔려 한 남성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홍수로 여러 마을이 물에 잠기고 수많은 주민이 고립되면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세부시 주민 돈 델 로사리오(28)는 AFP에 "물이 너무 빠르게 불어났다. 새벽 4시쯤에는 이미 통제할 수 없었고 사람들은 집을 빠져나올 수조차 없었다"며 "이곳에서 28년 동안 살았지만 이번은 단연 최악이었다"고 토로했다.
구호 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필리핀 적십자사 사무총장 그웬돌린 팡은 AP 통신에 "건물 옥상과 집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구조 작업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잔해가 너무 많고 차량들이 물에 떠다닐 정도여서 홍수가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태풍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남부 민다나오섬 아구산델수르주로 향하던 필리핀 공군 소속 슈퍼휴이 헬기가 추락해 최소 5명의 공군 요원이 숨졌다고 AP는 보도했다.
필리핀군은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며, 생존자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상 당국은 향후 24시간 이내에 저지대 및 해안 지역에서 최대 3m를 넘는 폭풍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당국은 태풍 상륙 전 약 38만7천 명의 주민을 대피시켰으며, 필리핀 민간항공국에 따르면 이날 300편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기상청은 갈매기가 오는 5일 아침 남중국해를 지나 베트남 중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