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의 한 빌라에서 4년간 교제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1년 가까이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40대가 수사기관에 이어 법정에서도 혐의를 인정했다.
13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백상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41)씨의 살인 및 시체유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사건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족과 합의할 시간을 위해 한 기일만 더 속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미 유족은 피고인과 합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엄벌탄원서까지 제출했다"며 "속행 요청은 받아들이지만, 합의 진행 과정에서 이런 점을 알아달라"고 했다.
고인의 유족들은 방청석에서 재판부와 변호인의 오가는 말을 들으며 내내 흐느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0일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4년간 교제한 여자친구 B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가방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1년가량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숨진 B씨의 명의로 약 8천800만원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A씨는 범행 이후로도 고인의 휴대전화로 그녀의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마치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B씨의 동생은 언니가 전화 대신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지난 9월 29일 경찰에 실종 의심 신고를 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경남경찰청의 공조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경찰관이 B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걸자 A씨는 동거 중이던 다른 여성 C씨에게 전화를 대신 받으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C씨는 A씨를 추궁했고, 결국 A씨는 C씨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오후 7시께 C씨의 지인이 경남경찰청에 A씨의 범행 사실을 신고했다.
공조 요청을 받은 군산경찰서는 20여분 만에 A씨를 주거지에서 체포하고 군산 시내 B씨의 빌라에서 김치냉장고에 보관돼있던 시신을 확인했다.
B씨의 시신은 A씨가 김치냉장고 내부 온도를 영하 32도로 설정해서 사망한 지 1년 가까이 지나 발견됐는데도 부패하지 않고 비교적 온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가 '왜 시키는 대로 주식에 투자하지 않느냐. 내 말대로 했으면 손해 보지는 않았다'고 무시해서 홧김에 그랬다"라고 마지막까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다음 재판은 12월 11일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