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강원특별자치도는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강원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도내 12개 인구 감소 지역의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인구보다 평균 7.4배 많다. 이는 우리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강원관광재단(이하 재단)은 이 잠재력을 ‘관계인구’라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시키며,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를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증거는 숫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2030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나는 절로, 신흥사’ 프로그램은 여성 경쟁률 128:1, 남성 90.3:1을 기록했으며, 단 24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2,620명이 지원하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이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진정성 있는 경험'에 대한 시장의 거대한 갈증을 정확히 읽어낸 재단의 기획력이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이다. 지원자 중 30~34세 연령층이 1,075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데이터는 재단이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일 프로그램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속초가 가진 고유한 매력들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콘텐츠 중첩 전략(content layering)’을 구사한 결과라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폐광지역 4개 시군(태백, 삼척, 영월, 정선)을 대상으로 한 숙박·레저 결합 상품 ‘강원 레저 4종 챌린지’는 작년에 불과 두 달(6월 24일~9월 2일) 만에 G마켓을 통해 약 11억 9천만 원의 소비액을 창출했다. 이는 전년도 5개월간의 소비액 12억 9천만 원에 육박하는 수치로, 재단의 전략적 마케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지를 입증한다.
재단의 핵심 역량은 강원 전역의 잠재된 가치를 발굴하고, 시장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창출하는 데 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접경지역을 ‘DMZ 바이브 페스타’와 같은 문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춘천 도심의 사찰 삼운사에서 국내 최초로 비건 문화를 접목한 치유 여행을 선보인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시군은 단순 자산으로 보던 것을, 재단은 ‘경험 서사’로 승화시켜 산, 바다, DMZ, 도심 등 특정 권역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자산이든 가장 유행을 좇는 콘텐츠로 재해석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재단의 창의성은 최근 극심한 가뭄을 이겨낸 강릉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강릉이 가진 바다와 호수, 그리고 역경을 극복한 시민정신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감동적인 관광 자산이 될 수 있다. 물의 소중함을 깨달은 도시가 들려줄 회복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귀 기울일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의 2024년 8월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관광 소비액은 오히려 11.3% 감소했다. 2024년 5월에는 숙박업 소비가 전년 대비 24.8% 급감하는 등 평균 체류 시간과 숙박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는 우리에게 스쳐 가는 관광객이 아닌, 더 깊이 머무는 ‘관계인구’가 필요하다는 명백한 신호다. 재단의 성공 사례들은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제 강원특별자치도는 방문객들을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올가을, 폐광지역의 짜릿한 레저를 즐기고, DMZ의 길 위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며 강릉의 선선한 바람을 느끼러 떠나길 바란다. 방문객들의 한 걸음이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를 여는 가장 특별한 관계의 시작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