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출신 안병규 소설가가 소설 ‘광주리’를 출간했다. 198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신구지가’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온 그는 섬세하면서도 힘있는 문체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신간에서 안 소설가는 요양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노년의 삶을 그려냈다.
작품을 이끄는 인물 명월댁은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끼고 외출해야 하는 팬데믹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관계가 단절되고 개인은 고립되는 시기, 한 평생을 바쳐 키운 자식들 역시 멀기만 했다. 미국에 건너간 뒤 어머니는 안중에도 없는 큰아들과 노모에게 손만 벌리기 바쁜 작은아들. 집안 구석에 걸린 광주리처럼 삶에도 먼지가 쌓여갔다.
명월댁에게는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는 마을에 요양원 하나 지어달라는 요구를 안고 매일 아침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차가웠다. 명월댁에게 들려 온 소식은 요양원 건립이 아닌 작은아들이 땅과 함께 집마저 팔아버렸다는 것.
마지막 보금자리 마저 뺏겨버린 노년의 삶은 갈피를 잃고 방황한다. 명월댁은 다시 행정복지센터로 향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가난의 그림자는 턱 밑까지 쫓아왔다. 초고령화 시대가 낳은 가족 붕괴와 노년의 빈곤. 소설은 담백한 시선으로 어쩌면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는 명월댁의 삶을 풀어낸다. 도서출판 문학공감 刊, 422쪽, 1만7,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