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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은 내가 되가져간다’…설악산서 대변 봉투 배포 눈길

설악산악동지회, 올해 10여 차례 캠페인 전개

◇.설악산악동지회원들. 뒷줄 우측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김규영, 김영기,이상식,안중국,심지애,방순미,최창득(간사).
◇대변봉투 세트. 생분해비닐봉투, 응고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설악산악동지회원들이 장수대 근처 미륵장군봉 암장 지역 입구에서 산악인들에게 대변봉투를 나누어주고 있다.

설악산악동지회(이하 동지회)가 ‘내 똥은 내가 되가져오자’는 모토의 산악인 대상 2025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동지회는 올해 1월 초부터11월 중순까지 매월 한두 차례씩 10여 차례에 걸쳐 설악산 설악동을 비롯해 잦은바위골, 소토왕골, 장수대 미륵장군봉 암장 입구 등지에서 산악인들에게 대변봉투를 나누어주며 당부하는 ‘LNP(Leave No Poop·대변 남기지 않기)’ 운동을 펼쳤다.

LNP는 현재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LNT(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 운동에서 힌트를 얻어, 설악산에서는 특히 대변 문제가 심각함을 강조하기 위해 동지회가 만든 용어다.

설악산에서 ‘대자연에 대변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민·관 통틀어 동지회가 처음이다.

설악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4계절에 걸쳐 활발하게 전문 등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등산로 중간 여러 곳에 화장실이 있지만 평소와 달리 새벽 3~4시에 대변을 억지로 보기가 쉽지 않아 산악인들이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쳤다가 암·빙벽 아래에 이르러서야 배변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지회 최창득 간사는 “이들에게 소중한 설악산의 자연을 위해 자기의 대변만큼은 변 봉투에 담아 내려오라는 당부와 더불어 배포했다”면서 “설악산 보호에 더해 속초, 양양, 인제 등 주변 주민들의 상수원을 조금이라도 더 깨끗이 하자는 취지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매년 겨울이면 설악산 동사면의 토왕골 토왕폭, 소토왕골 두줄폭, 잦은바위골 50m·100m 폭, 토막골 형제폭 등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빙벽이 된다.

이들 빙벽마다 매주 10~20명씩 등반이 허용되고 토·일요일엔 신청자 수가 거의 꽉 채워지므로 매주 140명씩, 한 해 겨울에만 대략 1000여명의 산악인들이 찾아와 빙벽을 오르는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골짜기 안에서 용변을 보며, 결국 해빙기에 녹은 눈과 더불어 속초시민의 식수원이기도 한 쌍천으로 섞여 흘러든다.

입산이 통제되는 3월 초~5월 중순, 11월 중순~12월 중순의 약 3개월여를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는 울산암을 비롯해 공룡릉 천화대 일원 암릉, 미륵장군봉 지역의 암릉 및 암벽 등지로 수많은 등반가들이 찾고 있다.

이들 암장 근처에 또한 화장실이 따로 없어 상당수가 산기슭에서 용변을 보게 된다.

동지회는 십시일반 모금해 응고제, 생분해 비닐봉투, 케이블타이, 겉봉투로 구성된 대변봉투를 구입해 배포했다.

동지회원들은 “산악인들마다 반색하며, 혹은 겸연쩍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면서 “올 겨울에도 다시 꾸준히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강원산악연맹 회장을 지낸 이상식 회원은 “간혹 등반 대상지 아래에서 비박이나 막영을 하게 되는 설악산은 국립공원 중 이러한 캠페인이 각별히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규영 회원은 “설악산 기슭에서 거주하는 속초나 양양, 인제 등지의 산악인들 외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캠페인을 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동지회원들이 나섰다”고 말했다.

동지회는 한국 최고의 산악 경관지이자 동식물의 보고인 한편 한국 알피니즘의 모태로 역할해온 설악산의 무한한 가치를 보호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모임이다.

최근 별세한 고 유창서씨(적십자설악산구조대 초대대장)를 비롯, 이무(전 설악산악연맹 회장), 박영규(전 한국산악회설악산구조대 대장) 세 원로산악인을 고문으로 하여 지난해 말 결성됐다.

최창득 간사(전 설악산악연맹 자문위원회 사무국장) 외 이상식 전 강원산악연맹 회장, 김영기 관동산악회 초대회장, 안중국 전 국립등산학교 교장, 설악산악연맹 창립멤버인 김규영 속초시 금호동 주민자치위원장, 방순미 양양군산악연맹 초대회장, 심인영 전 설뫼알파인클럽 회장이 의기투합했다.

회원들 간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회장 없는 간사제로 운영한다. 설악산 일대 속초·양양·고성·인제 지역은 물론 설악산을 사랑하는 전국 각지의 산악인들을 꾸준히 회원으로 영입, 외연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설악산악동지회는 홈페이지를 개선, 12월 중 재오픈할 예정이다(https://smfc.imwe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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