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대회에서는 지지자들 간 격한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복잡한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전국 순회 장외 투쟁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곳곳에서 오히려 갈등의 기류가 읽히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30일 춘천시청 앞 국민대회에 참석, 12·3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지도부 사과 요구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우리 국민의힘, 그동안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뿔뿔이 갈라지고 흩어져 제대로 일하고 싸우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싸우고 국민과 함께 이기는 진정한 국민정당으로 당을 재건하겠다. 우리 모두 똘똘 뭉치자”며 결집을 호소했다.

이철규(동해-태백-삼척-정선) 도당위원장과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을) 의원과 이양수(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을 비롯해 연단에 오른 참석자들도 모두 “힘을 모아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자”고 했다.

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돼 온 박정하(원주갑) 의원을 향해서는 고성이 쏟아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박 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일부 참석자들은 “내려오라”,“한동훈 아웃”이라며 고성을 질렀고, ‘사과하지마, 계엄은 옳았다’, ‘Only Yoon(오직 윤석열)’이라고 쓰인 팻말을 높이 들기도 했다.

박정하 의원은 이에 대해 “내려가라고 하면 내려간다. 여러분은 왜 이 자리에 왔는가”하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나와 뜻이 다르다고 이렇게 하면 우리 앞에 길이 없다”며 “여러분 말씀도 잘 새겨듣겠다. 그렇지만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 같이 모여야 한다”고 했다.

전날 충청 지역 국민대회에서 “계엄은 불법이었다.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양향자 최고위원도 고성과 야유를 받았다. 그는 “국민의힘 당원들은 공공장소에서 극단적 언어를 쓰지 않는다. 하나로 뭉칠 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이유가 있을 거다. 울분과 슬픔과 분노를 품고 가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호소했다.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선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민수 최고위원이 목소리를 냈다. 그는 “누군가는 당원게시판 조사가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아니다”라며 “당원게시판 조사는 당원들의 뜻”이라고 했다. 이어 “위기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고 우리의 대통령을 탄핵시킨 자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