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폐광을 겪고 석탄산업 유산을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자 관광지로 발돋움 시킨 독일은 유무형의 자산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강조한다. 크리스티안 멜셔스 독일 보훔 폐광연구센터장은 “(독일에서는) 석탄산업의 폐광 이후 남아있는 유형자산은 물론 문화와 산업역사 등 무형자산까지 모두 활용하고 있다”며 “폐광연구연구센터 역시 바로 이점에 중점을 두고 광업 부문과 폐광 지역의 유산들을 미래 세대가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제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지 폐광 극복 사례 교류=크리스티안 멜셔스 보훔 폐광연구센터장은 “석탄 산업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번성해왔고 폐광의 과정 역시 모두가 함께 겪어온 만큼 국제적 교류와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면서 “(석탄산업 유산의 활용과 폐광지역의 부흥을 위해서는)국민 참여 증진이 중요하다. 독일 역시 폐광 당시에는 석탄산업 유산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문화와 지식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지역이 함께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또 “독일 에센의 석탄광업소였던 졸버레인은 폐광 이후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점진적인 복원과 활용을 위한 개발 작업이 진행됐다. 단순한 폐산업시설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전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면서 “2001년 12월 졸버레인 탄광 산업단지는 공식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석탄과 철강에 기반한 유럽 중공업의 상징적 증언’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멜셔스 센터장은 “졸버레인은 산업화 시대의 역사를 증언하는 동시에 오늘날까지 에센시의 문화·여가의 중심지이자 창의산업 클러스터, 그리고 대학과 연구가 모여 있는 지식 거점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형' 폐광 연구=독일 보훔 광산박물관(German Mining Museum Bochum)은 석탄의 시대가 저문 뒤에도 연구와 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고 있다. 단순 전시관을 넘어 연구기관이자 교육 플랫폼으로, 산업유산 활용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 받는다.
박물관 지하 20m는 광부들이 드나들던 막장을 재현한 탄광 체험장이 조성돼 있다. 축축한 흙냄새와 철제 레일의 금속음, 벽면을 따라 흐르는 지하수 등 광산 환경을 복원해 놓은 공간이다. 이와 함께 실제 작동 가능한 채탄기와 운반 설비가 배치돼 당시 노동현장의 긴장감을 더한다. 박물관은 이 공간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방문객들에게 광업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보훔 광산박물관의 강점은 과거를 보존하는 동시에 ‘현재형 연구’를 수행한다는 데 있다. 박물관에는 광물·지질·지하수·가스 분석 연구팀이 상주하고 있고 인근 게오르그 아그리콜라공과대학과 협력해 광업기술사, 환경공학, 보존과학 등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전직 광부와 기술자들이 해설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광산의 기술과 경험을 다음 세대로 전승한다. 독일은 광산을 산업 유산으로 남기지 않고 지역 일자리와 산업 전환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훔 광산박물관 코디네이터 다야나 첼러(Dajana Zehler)씨는 “광업 유산을 수집·보존·조사·전시·교육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며 “폐광은 도시의 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겨진 자원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과거의 기록을 미래 산업과 교육 자원으로 전환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면서 “폐광 이후 인구 감소와 산업공백을 겪는 강원지역도 보훔 모델을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