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개정으로 중앙 및 시·도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는 그동안 중앙센터만 존재하고 17개 시·도에 지역센터가 단 한 곳도 없었던 장애아동 정책의 구조적 공백을 해소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조기 발견, 맞춤형 지원 계획, 사례 관리, 가족 지원 등 공적 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강원특별자치도의 현실을 볼 때 법과 제도 사이에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한다. 강원도는 장애아동과 발달장애인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지리적·인구학적 특성으로 인해 이를 감당할 만한 민간·공공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춘천, 원주, 강릉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언어, 작업, 감각통합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 기관조차 찾기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까지 17개 지역센터 체계를 마련하고 국비를 지원할 계획이며, 이 사업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을 맡는다. 여기서 핵심은 ‘새로운 기관을 신설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의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 내에 ‘장애아동지원팀’을 설치하여 기존 시설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간판만 새로 거는 비효율을 줄이고 조기 운영 정착을 도모하려는 취지이나, 이는 곧 센터의 실질적인 ‘기능 작동’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장 인프라의 포화 및 안전성 문제다. 장애아동 지원 업무는 상담, 평가, 교육, 가족지원 등 다양한 기능을 포괄하지만, 기존 센터 공간은 이미 포화상태다. 조기 개입의 핵심인 공간의 안전성과 다학제(多學制) 협업 환경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둘째, 전문 인력 기준이 모호하다. 장애 조기 발견, 서비스 연계, 가족 상담 등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현행 지침에는 인력 배치 기준이 없거나 모호하다. 이는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심화시키고, 골든타임이 중요한 영유아 조기 개입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지역사회 연계체계가 파편화돼 있다. 보건소, 특수교육지원센터, 병원, 복지기관 등 지역 내 주요 기관들이 여전히 파편화된 상태다. 통합 연계체계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장애아동 가족은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정보를 스스로 연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다. 넷째, 지속가능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초기 국비 지원 이후에도 추가 인력 배치, 장비 확보, 찾아가는 서비스 확대 등은 결국 도와 시·군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안정적인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원센터는 기능 축소나 형식적 운영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장애아동 지원 정책은 어느 하나만 잘돼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특히 영유아 장애위험군은 조기 개입 시기별 효과 차이가 매우 크기에, 정확하고 촘촘한 지원체계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제 전문 인력 기준 마련, 다학제 개입 체계 구축, 기관 간 통합 연계 강화, 가족지원체계 정비, 그리고 안정적 재원 마련 등 실질적인 준비에 집중해야 하다.
장애아동은 국가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시민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이들의 정책적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더욱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