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물론 가족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병기 의원이 전임 윤석열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소속 유력 의원에게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으로 또 고발당했다.
4일 서울경찰청은 이날 김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A 의원, 경찰청 소속 B 총경 등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이 지난해 11월 김 의원의 전 보좌진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2024년 배우자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당시 여당 실세였던 A 의원에게 청탁하려 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 정식 수사에 착수해달라는 내용이다.
당시 경찰은 김 의원 아내 이씨가 2022년 7∼9월 한 동작구의원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었다. 경찰은 2개월간 내사를 벌인 결과 이씨에게서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며 내사 종결 처분을 내렸다.
다만 A 의원과 B 총경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할만한 사이가 아니며 실제로 소통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고발인은 "경찰이 내부 비위 의혹을 스스로 단죄하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은 수사 절차의 독립성·투명성·책임성을 국민 앞에 재확인받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김 원내대표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의원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앞서 해당 의혹에 대한 탄원서를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했던 이수진 전 의원은 "보좌진에게 탄원서를 당 대표실에 전달하라고 하니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의원실의) 김현지 보좌관에게 보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당 윤리감찰단에 확인을 해봤더니 탄원서 자체를 모르는 것처럼 얘기했다"며 "그렇게 감찰이 무마되고 (탄원서를 작성했던)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 등은 컷오프(공천배제)됐다"고 말했다.
한편,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선 김 의원과 강선우 의원에 대해 민주당은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규정하고 이번 의혹이 공천 시스템 전반의 공정성 논란으로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공천 과정에 대한 전수 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과정에서 강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가 각각 연루된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한 당 차원의 전수 조사 계획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 사무총장은 "시스템상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본다.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한다는 것은 현재로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원내대표의 경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의원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4년 총선에서 낙천한 이수진 전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의원실 김현지 보좌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전 원내대표의 2020년 총선 당시 금품수수 의혹도 당 윤리감찰단 및 윤리심판원의 조사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주장의 사실 여부에 관해 확인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윤리심판원이 관련 의혹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필요하면 직권조사도 할 수 있으며, 그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와는 관계 없이 윤리심판원이 최대한 신속하게 독자적인 판단을 통해 징계 여부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등 야권이 주장하는 '김병기·강선우 공천 의혹 특검' 필요성에 대해서는 "특검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의원에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 김경 시의원이 선거 때 단수 공천된 과정과 관련해서는 "김 시의원은 부동산 투기로 정밀 심사 대상이었고, 3명의 후보가 모두 컷오프된 상태였다"고 조 사무총장은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못 하고 시간에 내몰려 지역위원장(강선우 의원)의 의견을 듣고 단수공천 하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부연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시의원의 경쟁자 두 분이 컷오프될 만한 도덕적 흠결은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당시에는 지역위원장의 의견이 가장 크게 존중받는 공천 시스템이었다고 보였다. 이번에는 기준과 원칙을 갖고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의혹을 계기로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경선 기회 보장'을 골자로 한 시스템 공천 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공천 신문고 제도', '암행어사 감찰단'을 통해 '억울한 컷오프'를 방지하고 공천 과정을 중앙당이 투명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통상 기초·광역 의원 등의 경우 공천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와 재심이 시도당을 통해 이뤄져 왔지만, 신문고 제도를 거치면 중앙당이 객관적 입장에서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사무총장은 "암행어사 감찰단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공천 관련 잡음과 일탈을 예방·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조만간 활동 계획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자격심사위를 구성해 자격 검증을 시작하는 등 지선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전략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겨냥해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박형준 시장을 향해 "큰일은 능력 없어서 못 하고 작은 일은 안 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면서 유력 부산시장 후보로 꼽히는 자당 전재수 의원에 대해서는 "통일교 관련 의혹은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그와 별개로 부산 시민은 전 의원의 일하는 능력을 높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좌관 갑질 의혹 등이 제기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현재 검증 과정이 진행 중인데,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할 뿐 아니라, 국민과 언론, 국회의 철저한 검증을 대통령이 요청한 만큼 후보자에 대한 당내 개별적 언급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