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특례제도는 단순히 인구 규모에 따른 권한 배분을 넘어, 지방자치의 본질인 ‘지역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는 인근 중소도시를 아우르는 생활․경제의 중심지로서 교통, 경제, 문화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58조(대도시에 대한 사무 특례)는 인구 30만명과 면적 1,000㎢를 동시에 충족할 경우 대도시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자치단체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높은 문턱 탓에 정작 특례가 절실한 지방 도시들은 역동적인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적 벽에 부딪혀 있다.
원주시와 충남 아산시, 경북 구미시, 경남 진주시처럼 인구30만 명을 넘어선 성장 거점 도시들이 대도시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국가 균형 발전의 흐름에 역행한다. 특히 면적 요건의 비현실성은 원주시와 같은 도시들에 가혹한 걸림돌이다. 인구 36만 명이 넘는 강원특별자치도 최대 도시이자 꾸준한 인구 유입을 자랑하는 원주시는 이미 행정수요 면에서 대도시에 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면적이 868㎢라는 이유로, 기준인 1,000㎢에 미치지 못해 행정 권한 확보가 좌절되고 있다.
원주시의 대도시 특례 확보는 단순한 '특혜'가 아닌, 도시 잠재력을 깨우기 위한 '당연한 권리'이자 ‘시대적 과제’다. 그 당위성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율적 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경제 활성화다. 원주시는 혁신·기업도시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도시 특례가 부여되면 10만㎡ 이상의 주택 사업이나 산업단지 지정 승인권 등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기업투자 유치를 가속화하고, 급증하는 주택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시민 중심의 행정 서비스 효율화다. 도시 규모가 커지면 교통, 환경, 복지 등 행정수요가 복합적으로 급증한다. 기초지자체의 제한된 권한으로는 광역 행정 서비스 대응에 한계가 명확하다. 특례를 통해 소음·악취 관리나 광역 교통망 확충 같은 민생 밀착형 정책을 독립적으로 펼친다면, 행정 절차는 간소화되고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셋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거점도시의 역할 강화다. 원주시는 횡성, 영월, 평창 등 인근 지역과 긴밀한 생활권을 형성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서남부권의 중심도시이다. 원주시가 행정 권한을 바탕으로 성장하면 주변 지역과의 상생 협력 모델을 주도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인구 유출을 억제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에 기여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대도시 특례제도는 단순히 특정 도시에 혜택을 주는 차원을 넘어, 지방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고유의 다양성을 발휘하도록 돕는 핵심 정책이다.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국정기획위원회의 '5극 3특' 체제하에서 원주시와 같은 지방 거점도시의 역할을 강화해 국가 균형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대도시가 자율적인 행정 권한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할 때,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이제는 낡은 규제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도시 현실을 반영한 유연하고 실질적인 특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낡은 기준에 묶여 지방의 에너지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정부와 국회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도시 기준을 즉각 완화해야 한다. 자립적 발전을 갈망하는 지방 도시들이 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신속한 법 개정과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