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술에 있어 ‘4-2-4’, ‘4-4-2’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는 팀의 전술에 맞춰 균형 있고 효과적인 경기 운영과 승리를 위해 공격·미드필드·수비 진영에 각각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국가 도로에 있어 ‘4-2-4’, ‘4-4-0’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이는 지자체 간 경계도로의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한 지역에서는 4차로 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가도 행정구역 경계를 넘는 순간 2차로로 좁아지고 때로는 아예 끊겨버리는 도로 구조를 의미한다. 국토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도, 도로는 여전히 지역 간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의 현실이 그렇다. 강원도로 들어오는 도로나 철도는 대부분 경기도를 거쳐야 한다. 경기도 구간까지는 4차로 도로와 복선 철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강원도 경계선을 넘는 순간 도로는 좁아지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수치로 보아도 현실은 분명하다. 전국 4차로 국도의 평균 비율은 60.8%에 이르지만 강원도의 4차로 국도 비율은 35.9%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은 2023년 기준 국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강원지역의 고속·고속화철도 평균 접근거리는 44㎞로 전국에서 가장 멀고, 고속도로 IC 접근성도 23.51㎞로 최하위이다. 이로 인해 실생활에서도 약국은 평균 9.57㎞, 병원도 10.54㎞를 가야 하고 유치원은 6.37㎞, 초등학교는 5.35㎞, 노인시설은 28.78㎞ 떨어져 있다.
그 결과 농어촌과 접경·산간지역은 도로 안전과 접근성에 심각한 격차를 겪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을 수립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계획의 ‘내용’보다 ‘예산 규모’에 있다. 제3차 계획 이후 4차, 5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국도·국지도 건설 예산은 약 10조 원 규모로 동결되어 왔다.
그 사이 물가는 멈추지 않았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최소 3%로 보더라도 2025년 말 기준 누적 상승분은 약 45%에 달한다. 그럼에도 건설계획 예산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 계획은 사업 축소와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강원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도·국지도 건설사업 규모는 제3차 계획 19개소에서 제4차 계획 16개소, 제5차 계획 11개소로 지속적으로 축소되었고 전국 대비 반영 비율 역시 제3차 계획 16.2%, 제4차 계획 13.4%, 제5차 계획 9.5%로 감소했다.
이에 이번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은 ‘차가 얼마나 다니는가’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총사업비 역시 과거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과 누적된 사업 수요를 반영해 최소 15조 원 이상으로 현실화되어야 한다.
도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사람이 오고 물류가 흐르고 산업이 자리 잡는 기반이다. 도로가 ‘4-2-4’, ‘4-4-0’으로 있는 한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사람과 지역에 중심을 둔 결단이 필요하다.
강원도에 도로, 철도 하나 놓으려면 지역 전체가 나서 집회를 하고 서명운동을 하고 국토순례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강원도민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다.
길이 바뀌면 지역이 바뀌고 지역이 바뀌면 대한민국의 균형도 달라진다. 강원도의 길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또한 강원도는 수도권 인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쉼터이자 대한민국 국민활력의 재충전 지역으로, 단순히 강원도민의 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땅이다. 접근성 개선이 가장 크게 요구되는 곳이다.
이에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은 지방소멸이라는 국가 위기 앞에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국민의 이동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전환점으로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국토 전체를 살리는 길이며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