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가 국토교통부의 ‘글로벌 액체수소 공급 인프라 건설 기술개발 사업’ 실증지로 최종 선정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하나의 국책 사업 유치를 넘어, 삼척이 대한민국의 ‘청정 수소 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국비 2,668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대규모 R&D 프로젝트는 액체수소의 저장, 운송, 하역 전 과정을 실증하는 국가적 전략 과제다.
영하 253도 이하의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액체수소 기술은 수소 경제의 상용화를 결정짓는 핵심 고리다. 기체수소보다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대량 수송에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기술적 난도가 극도로 높다. 이러한 첨단 기술의 실증 무대로 삼척이 낙점된 것은 남부발전 부지의 산업 인프라, 항만 접근성, 그리고 기존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사업과의 연계성이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출발선에 섰을 뿐이며,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이번 사업은 2028년 착공해 2034년 실증 완료를 목표로 하는 장기 레이스다. 가장 먼저 당면한 과제는 옛 예비타당성 조사인 ‘사전점검제도’와 각종 인허가 절차를 차질 없이 통과하는 것이다. 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 그리고 지역 정치권이 원팀이 돼 행정·정치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시설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주기 액체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내실이 필요하다. 생산에서부터 최종 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삼척의 산업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화력발전소의 수소 혼소 발전 계획이나 수소 모빌리티 확대와 같은 고정 수요처를 조기에 확보해 실증 종료 후에도 이 시설이 ‘돈을 버는 인프라’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삼척 액체수소 인수기지는 향후 4만㎥급 상용 인수기지로 확장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삼척이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증 과정에서 파생되는 극저온 기자재 산업의 집적화를 통해 관련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가 유입될 때 비로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실질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는 주민과의 소통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수소 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역사회가 수소 산업의 수혜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삼척의 이번 선정은 대한민국 수소 산업의 지도를 새로 그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2034년 실증 완료 이후 삼척이 세계적인 액체수소 허브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치밀한 설계와 과감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삼척시, 그리고 관련 기관들은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고, 삼척을 명실상부한 ‘에너지 특별시’로 변모시키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