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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활기 잃어가는 강원도 명산, 콘텐츠 개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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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국립공원이 모처럼의 활기를 띠며 탐방객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산악 관광의 메카’로 불리는 강원 지역 국립공원들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설악산은 2024년 210만8,324명에서 2025년 187만405명으로 11.3% 급감했다. 오대산도 2024년 164만7,445명에서 2025년 150만9,507명으로 8.4% 줄었다. 치악산과 태백산 역시 지난해 탐방객 수가 각각 82만3,665명, 47만812명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0.4%, 2.0% 감소했다. 지난해 전국 국립공원 탐방객은 전년 대비 약 6.5% 증가했으나, 설악산과 오대산을 비롯한 강원의 주요 명산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을 넘어, 강원 관광의 구조적 위기를 경고하는 뼈아픈 지표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북한산이나 국제적 이벤트의 수혜를 입은 경주, 제주 한라산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강원의 산들이 외면받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건조특보와 산불 예방을 위한 탐방로 통제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는 경직성에 있다.

현재 등산 문화의 주축으로 떠오른 젊은 층은 과거처럼 거창한 장비를 갖추고 장시간 이동해 정상 정복에 매달리지 않는다. 이들은 도심 근교에서 가볍게 즐기는 ‘숏 폼(Short-form)’ 형태의 산행을 선호한다. 왕복 5~6시간이 소요되는 강원도의 험준한 산세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적·체력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즉, ‘멀고 힘든 명산’보다는 ‘가깝고 힙(Hip)한 뒷산’이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강원도 국립공원들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수십 년째 ‘풍경 감상’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단순히 자연경관이 수려하다는 이유만으로 관광객이 제 발로 찾아오길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국립공원이 단순한 ‘보호구역’을 넘어,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젊은 층의 여행 패턴을 고려한 당일형 관광 상품의 고도화가 절실하다. 인근 지자체의 로컬 축제와 연계한 패키지, 산 위에서 즐기는 요가나 명상 같은 웰니스 프로그램, IT를 접목한 스마트 탐방로 등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디테일한 기획이 필요하다. 강원의 명산들이 ‘추억 속의 등산지’로 남지 않으려면 지금의 위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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