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강원지역 풍력발전 설비의 안전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소방법 적용조차 받지 않는 제도적 공백 속에 가동 중단 또는 노후 설비가 산지 곳곳에 방치되며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 인명사고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풍·폭우·낙뢰에 상시 노출…안전사고 우려=26일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이 곳에는 2010년 750㎾급 6기와 1,500㎾급 1기 등 총 7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됐다. 그러나 설비 고장이 반복되면서 2023년 6월 이후 750㎾급 발전기 6기는 가동이 중단됐고 현재는 1,500㎾급 1기만 운영중이다. 하자보증기간 이후 발생한 고장을 제때 수리하지 못해 내부 기계 부식 등으로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멈춰 선 발전기들은 강풍, 폭우, 낙뢰 등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지만 별도의 유지·관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상 가동중인 1,500㎾급 발전기 역시 2022년 10월 화재 발생 이력이 있어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제군 관계자는 “풍력 및 소수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 관련 용역에 착수해 결과를 토대로 활용 방안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풍력발전기는 자연재해에 상시 노출된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화재 발생시 위험성이 더욱 크다. 산악 지형에 위치해 초기 진화가 어렵고 강한 바람을 타고 산불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강원지역 20년 이상 노후설비 38기=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강원도에는 9개 시·군에 총 34개 풍력단지, 229기의 육상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중 설계수명 20년 이상 된 노후 설비는 태백과 평창에 위치한 38기에 달한다. 횡성에 설치된 20기의 풍력발전기는 3년 이내 설계수명 20년이 넘게 된다. 문제는 풍력발전기가 현행 소방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소방용수, 소화기, 화재 경보기 설치가 의무가 아니어서 화재 발생시 초기 대응이 어렵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강원도는 최근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도내 9개 시·군과 사업자에 안전점검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 도와 각 시·군은 점검을 확대하고 방치 설비 관리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후 설비 전수 점검과 함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풍력발전기는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라며 “소방시설 설치와 안전점검을 의무화해 작업자 안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동섭 강원대 그린에너지공학과 교수도 “설비 노후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인 만큼 체계적인 유지관리와 단계적 교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