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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물 한방울이 금쪽같은 가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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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태백권지사장

◇김진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태백권지사장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넘어 ‘기후위기(Climate Crisis)’, 나아가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UN의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물’은 시민의 생존과 직결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원이다.

2025년 강릉지역은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물 부족의 공포를 체감했다. 지역 식수원의 심장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쳤고 사상 초유의 제한급수와 시간제 단수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 시기에 인근의 강원남부지역인의 주요 식수원인 광동댐의 저수율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었고 가뭄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되면서 점차 최악의 위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장마 소멸과 작은 강수량으로 계곡과 하천이 거의 말라가고 있었다. 홍수기가 끝난 9월에서야 내린 장기간 강우로 가뭄상황이 해소되었지만, 이 또한 이례적 상황이었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는 강원남부 태백은 아이러니하게도 해발고도 750m 이상의 고지대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주변에 연계할 댐이나 수도시설 등이 없어 가뭄이 발생했을 때 이를 극복할 마땅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 일단 가뭄이 닥치면 이를 타개할 뾰족한 묘수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태백의 가뭄 대응은 ‘위기 발생 후의 응급처치’가 아닌, ‘평상시의 철저한 구조적/비구조적 대책’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가뭄대응이라고 하면 으레 양치컵 사용하기, 샤워 시간 줄이기, 절수형 기기 설치 등 시민들의 생활 속 물 절약 실천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물론 이는 성숙하고 필수적인 시민 의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수도꼭지를 꽉 조여 매더라도, 정작 댐에서 가정으로 물을 실어 나르는 땅속 배관에서 새어버린다면 어떨까? 이는 전형적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가뭄과 무관하게 이 ‘새는 물’을 잡는 것은 물 관리의 기본이다.

산악지역 도시는 고저차가 심해 상수도관의 압력이 높아, 노후화에 따른 작은손상에도 새는 물이 더 많다. 정수장에서 깨끗하게 만들어진 수돗물이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땅속으로 유실되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결국 낡고 부식된 배관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누수를 탐지하여 복구하는 촘촘한 물길 정비가 그 어떤 대형 인프라 확충보다 시급하고 우선해야 할 ‘가뭄 대책’ 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노후시설 정비, 관망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적 특성으로 가뭄에 취약하고, 새는 물도 더 많은 산악지역 도시의 경우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척박한 한계를 극복하는 땅속 혁신은 곧 가뭄에 취약한 산악도시의 맷집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과학적 물 관리 기술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삼위일체를 이룰 때 우리는 극한 가뭄 등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 시대를 건널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K-water 태백권지사는 2개의 용수전용댐과 광역정수장을 통해 강원남부권 산악 태백, 삼척, 정선, 동해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의 물 문제를 지자체, 주민과 함께 고민하면서 더 강해질 기후위기 속에서도 홍수, 가뭄 등 물 재해에 강한 지역이 될 수 있도록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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