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2개월재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중동발 경제 위기 속에서 7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장 대표는 이날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논의하기 전 중임 또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당론"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최보윤 수석대변인이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았으며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최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장 대표가 함께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8일 이후 211일 만이다.
지난 2월 12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오찬 회담이 개최 1시간 전 장 대표의 불참 통보로 무산된 뒤론 두 달 만이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한병도·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민주당 강준현·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 등 여야 지도부와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정을호 정무비서관 등이 동석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각각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배색된 통합 넥타이를 맸고 정 대표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 타이를, 장 대표는 빨간색 타이를 각각 착용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민생 경제가 '전시 상황'인 시기에 여야정이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해 통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먼저 정 대표에게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한 이 대통령은 장 대표를 보자 "반갑습니다"라고 한 뒤 동행한 최보윤 수석대변인에게도 "어서오세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가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며 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청하자 이 대통령이 웃으며 "아이고, 키도 크신데(먼저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화답했다.
참석자들은 본관 내 계단 앞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자리한 정 대표와 장 대표에게 "두 분이 요즘도 손 안 잡고 그러는 것 아니죠. 연습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하며 양 대표의 손을 가져다 맞잡게 하고 그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환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고, 활짝 웃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물론 장 대표 역시 미소를 짓는 '훈훈한' 장면이 포착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당선 후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며 장 대표와의 악수 거부 선언을 했다가 한 달 뒤 이 대통령 주재 오찬에서 장 대표와 처음 악수를 한 바 있다.
이후 참석자들은 행사장 내 원탁에 둘러앉아 장 대표와 정 대표,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으로 회담을 본격 시작했다.
모두발언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과 대구·경북, 충남·대전 행정 통합 논의를 두고 뼈있는 얘기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에 이어 자신의 모두발언 차례가 되자 첫 발언자였던 장 대표의 추경 비판에 대해 두 번째 발언자였던 정 대표가 반박한 것을 거론하며 장 대표에게 "약간 억울하시죠. 반박당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나중에 발언하겠다"며 우선 여야 대표가 번갈아 대화하라고 제안하고, "일방적 주장을 하고 나가면 나중에 (주장이) 왜곡될 수도, 억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가 "좋은 것 같다. 밥은 돌아가서 먹어도 괜찮다"고 호응하자 이 대통령은 "이게 말리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정 대표가 앞선 발언에서 아쉬움을 드러낸 행정 통합 무산 관련 화제를 꺼냈고 이 대통령이 "원래 반대 신문은 주 신문에 대해 하는 것"이라고 하자 "요즘 재판이 예전처럼 법대로 진행되지 않아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장 대표가 '전쟁 추경'의 취지와 맞지 않은 추경 항목이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 짐 날라주는 사업 등에 들어가는 306억원'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관광진흥 예산인 것 같은데 설마 중국 사람만 지원할 리 있겠나. 중국 사람으로 (한정)돼있으면 삭감하라. 팩트를 체크해보라"며 "이래서 (여야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채소와 해물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오방색 해물 잡채, 역시 화합의 의미를 담은 단호박을 섞은 타락죽이 살치살 구이, 배춧국 등과 함께 올랐다.
정 대표는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대내외적인 상황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매우 중요한 때"라며 "역사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추경을 통과시키겠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는데, 야당에서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동 전쟁이 벌써 한 달을 넘어서며 일촉즉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며 "중동전쟁 장기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국민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로 전쟁을 막을 수는 있어도 전쟁으로 평화를 살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더 절실하게 느낀다"며 "그래서 지금 추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고, 우리가 응급처치 때도 산소호흡기를 제때 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민생 경제도 지금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며 "역사상 가장 빠른 추경, 이것이 지금 국민이 바라는 내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대표는 "전쟁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가 위기 앞에서는 여야가 한마음 한뜻으로 한 당, 여야당이 된다는 심정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