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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지역필수의료 예산, 지역의 특수성 반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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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대형 병원 배정에 자치단체 강력 반발
강원도 넓은 면적·산간지형 많은 현실 고려 안 해
환자 이동 경로 감안 균형 있는 방안 마련할 때

보건복지부가 편성한 5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 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이라는 거점 기관의 역량 강화를 통해 필수의료의 근간을 세우겠다는 복안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강원자치도와 지역 의료계는 특정 대형 의료기관에 예산의 최대 44%를 집중 배정하는 방식이 오히려 지역 의료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예산 배분 숫자의 문제를 넘어, 중앙정부의 ‘일률적 행정''과 지역의 ‘생존권적 현실''이 충돌한 상징적 사건이다. 복지부의 논리는 명확하다. 권역 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역량을 결집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역의 특수한 지리적 여건과 의료 인프라의 현실을 도외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강원자치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면서도 산간 지형이 많아 의료 접근성이 극도로 취약한 지역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정 거점 병원 하나에 예산을 몰아준다고 해 영서 북부의 화천·양구, 영서 남부의 정선, 그리고 영동권의 의료 공백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

오히려 강원자치도가 제시한 ‘3개 권역별(영서 북부·남부·영동) 배분 체계''가 훨씬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필수의료는 큰 병원이 존재한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동네 의원부터 중소 병원, 그리고 상급 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1·2·3차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환자를 이송하고 치료하는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국립대병원에만 자원을 집중할 경우, 정작 환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1, 2차 의료기관의 자생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지역 의료 전달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또한 이번 예산 배분 기준에서 드러난 국립대병원 편중 현상은 민간 의료기관의 헌신과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실제 환자 규모나 지역사회 기여도가 국립대병원에 못지않은 사립대 병원들이 권역 내 필수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을 소외시킨 채 공공성이라는 명분만으로 국립대병원에 특혜성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정책의 형평성과 효율성 모두를 놓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필수의료의 붕괴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직격탄이다. 아이를 낳을 산부인과가 없고, 사고 시 달려갈 응급실이 먼 곳에 있다면 어느 누가 지역에 남겠는가. 따라서 지역필수의료 예산은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실제 환자의 이동 경로와 지역별 의료 취약점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방식으로 집행돼야 한다. 복지부가 지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균형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제 정부는 중앙 주도의 하향식(Top-down) 지침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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