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사회일반

“차 없으면 일상도 끝”···교통 취약지역 노인들은 ‘고립’

읽어주는 뉴스

[교통 공백에 운전대 못 놓는 농촌 노인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10명 중 8명 운전 중
자가용 없으면 통원치료·농삿일 못해 ‘막막’
도내 자가용-대중교통 간 접근성 격차 심각
복지택시·AI기술 적용차량·교통교육 대안도

◇춘천시 서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태영(65)씨는 “대체 교통 수단이 부족한 농촌에서 농사꾼이 면허를 반납하면 생계가 흔들린다”고 이야기했다. 사진=고은기자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면허 반납은 곧 ‘일상의 단절’ 그리고 ‘이동권 박탈’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반납 유도를 넘어, 이동권을 지키면서 사고를 줄일 현실적 대안이 요구된다.

춘천시 신북읍에 거주하는 선호율(72)씨는 지난해 면허 갱신 시기에 면허 반납을 고민했지만 신체검사 후 결국 면허를 갱신했다. 도심 외곽 지역은 교통 여건이 열악해 차량이 없으면 병원이나 마트 이용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선씨는 “병원을 일주일에 3번 오가는데 버스를 타면 배차간격이 길어 예약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집에서 10분 떨어진 정류장까지 걸어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춘천시 서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태영(65)씨에게 면허 반납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김씨는 “농삿일을 하려면 시내·농협·농자재센터·농장 등을 들르며 매일 2시간 이상 운전하는 건 기본”이라며 “고령운전자의 사고 위험이 높아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체교통수단이 부족한 지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강원도에서는 의료·교육 등 주요 시설 접근 시간에서 승용차와 대중교통간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접근성지표(2023년)에 따르면 도내 종합병원 평균 접근 시간은 승용차 20분, 대중교통 66.52분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승용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초·중·고교도 대중교통 이용 시 40~50분이 소요된다.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에서 수단 간 접근 시간 차이가 15분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상황이 이렇자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 각 시군이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에게 30만원 안팎의 인센티브를 주는 유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2025년 기준 실제 반납자는 전체 고령운전자 21만299명 중 3,961명(1.84%)에 그쳤다. 

이에 교통취약지역 주민들이 1,000~1,700원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희망택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규찬 한국교통안전공단 강원지부 교수는 “일정 연령만을 기준으로 면허 반납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고령운전자 역시 운전능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운전보조기술을 적극 활용해 이동권 보장과 교통안전을 함께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기자 gony@kwnews.co.kr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