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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피고인 불출석 재판 요건 완화와 형사사법 정의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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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훈 춘천지방법원판사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출석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구현하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다. 그러나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도망하여 소재를 숨기는 경우 재판은 공전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재판의 지연은 국가의 정당한 형벌권 행사를 무력화하고, 피해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해한다.

현행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은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의 재판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해 왔다. 송달불능보고서 접수 후 6개월이 지나야 하고, 그 기간에도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 있었다. 특히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중범죄는 이러한 불출석 재판마저 불가능했다. 이러한 법적 한계는 피고인에게 도망의 유인을 제공하고, 형사처벌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2026년 5월 7일 ‘소송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은 피고인의 불출석 귀책사유를 세분화하고 재판 단계별 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여 불필요한 재판 지연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형사재판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개정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제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이 1회 이상 출석한 이후의 대응이 강화되었다. 기존에는 피고인이 다음 기일부터 무단 불참할 경우 재판 진행에 큰 제약이 따랐으나, 이제는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연속 불출석하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제23조 제2, 4항). 또한 1회 불출석 이후의 소환장 송달은 서류를 우체에 부치는 방법으로 갈음할 수 있으며, 도달 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여 절차적 신속성을 확보했다.

변론 종결 이후의 절차에도 변화가 도입되었다. 변론종결기일에 출석하여 선고기일을 고지받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고기일에 불참할 경우, 법원은 피고인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제23조 제5항). 이는 선고 직전 잠적하여 형 집행을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적용 대상 범죄의 확대다. 보이스피싱이나 대규모 사기 사건 등은 사회적 해악이 큼에도 법정형의 제한으로 불출석 재판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개정안은 형법상 사기죄와 법원조직법상 예외적 단독재판부 관할 범죄, 그리고 이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조직죄의 경우 법정형과 무관하게 불출석 재판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제23조 제6항). 이는 민생 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개정 법률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이는 소재 불명으로 장기간 멈춰 있는 재판들에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투영이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이나, 피고인이 출석 의무를 저버리고 사법 절차를 방해하는 상황에서까지 이를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개정은 방어권 보장과 재판의 실효성 확보라는 공익적 가치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은 결과물로 보인다.

법치주의의 근간은 법령 위반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적시에 지는 데 있다. 이번 개정안이 안착함으로써 의도적인 재판 기피 행위가 근절되고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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