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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초점]K-Food 시대, 발효산업의 미래를 누가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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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동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품생명공학과 교수(강원대 누룩연구소장)

한류(韓流)의 물결이 음식 문화로까지 확장되며 ‘K-Food’가 전 세계 식탁을 바꾸고 있다. 김치, 된장, 간장, 막걸리, 고추장 등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들이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발효식품의 수출액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김치 수출액은 최근 수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세계인의 식단에서 발효식품이 면역력 강화, 장 건강 증진, 항염 효과 등을 이유로 각광받으면서 K-Food 발효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발효식품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종균(種菌)‘에서 갈린다. 종균이란 발효 과정을 이끄는 핵심 미생물로, 발효식품의 맛과 향, 기능성을 결정짓는 산업의 근간이다. 유럽의 양조산업이 오랜 세월 특정 효모 균주를 발굴하고 개량해 경쟁력을 키워온 것처럼, K-Food 발효산업도 우수한 종균의 확보와 체계적인 관리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열쇠다. 문제는 민간 기업들이 단기 수익에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균주 연구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수한 종균은 수십 년의 연구와 축적된 자원 없이는 확보할 수 없으며, 한 번 타국에 선점을 허용하면 되찾기가 매우 힘들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립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립대학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발효 미생물 자원의 발굴, 균주 특성 분석, 안전성 평가, 전장유전체(Whole Genome Sequencing) 분석을 통한 유전자 수준의 이해에 이르기까지, 종균 연구의 전 과정은 국립대학이 중심축을 맡아야 할 영역이다. 국가가 지원하고 국립대학이 수행하는 기초 종균 연구야말로, 민간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연구를 넘어, 국가 식품산업의 주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더해질 때 그 힘은 배가된다. 지역의 전통 발효식품은 그 지역의 기후와 원료, 오랜 식문화가 빚어낸 고유한 자산이다. 지자체가 지역 발효자원의 발굴과 보전에 나서고, 국립대학이 과학적 분석과 종균화 연구를 담당하며, 지역 식품 기업이 이를 상품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 국립대학의 연구 역량, 지역 산업체의 현장 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의 발효 브랜드가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지역 특화 발효산업의 육성은 곧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는 만큼,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러한 협력의 모범을 강원대학교 누룩연구소에서 찾을 수 있다. 누룩연구소는 전통 발효제인 누룩에 서식하는 다양한 미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리·동정하고, 우수 균주를 선발해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유산균, 효모, 곰팡이 등 발효 관련 미생물의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기능성 유전자를 규명하고, 이를 전통 발효식품 산업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학문적 깊이와 산업적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범적인 사례다.

특히 누룩연구소는 발효 향미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전자코(Electronic Nose)를 비롯해 발효산업에 특화된 첨단 분석 장비를 갖추고 있다. 전자코는 인간의 후각을 모사한 센서 시스템으로, 발효식품 고유의 향기 성분을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품질 표준화와 제품 차별화에 핵심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연구소는 이러한 인프라를 지역 식품 기업에 개방하여 제품 향미 분석, 발효 공정 최적화, 품질 관리 체계 구축, 신제품 개발 등 다방면에 걸쳐 실질적인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실 장비가 기업 현장과 연결되는 지산학(地産學) 협력의 생생한 현장이 강원대학교 누룩연구소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K-Food가 세계 속에서 오래 빛나려면, 화려한 포장과 마케팅보다 먼저 발효 과학의 뿌리를 단단히 해야 한다. 우수한 종균 확보를 위한 기초 연구, 국립대학의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K-Food 발효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열릴 것이다. 강원대학교 누룩연구소처럼 묵묵히 발효 미생물의 보고(寶庫)를 쌓아가는 노력들이 모여 언젠가 대한민국 발효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지금이야말로 중앙정부,  대학, 지역사회가 함께 발효산업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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