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강원특별자치도는 ‘선거사범 수사''라는 또 다른 무거운 과제와 직면해 있다. 강원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적발된 선거사범은 총 213명에 달한다. 이는 제8회 지방선거 당시 같은 시점과 비교했을 때 무려 231.5%나 급증한 수치다. 민의를 결집하고 지역의 일꾼을 뽑는 축제가 돼야 할 지방선거가 고소·고발과 비방으로 얼룩졌다는 사실은 강원인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범죄의 질이다. 적발된 유형 중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이른바 ‘흑색선전''이 36.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의 금권 선거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지만, 그 빈자리를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와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선거범죄까지 등장했다. 이는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려 민주주의의 근간인 올바른 선택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도전이다. 수사 착수 경로의 65.7%가 고소·고발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우리 지역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준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잘살게 하는 근본적인 정책 대결보다는 어떻게든 상대의 허점을 찾아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가려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거나 상대 진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사 기관을 이용하는 행태는 결국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만을 야기할 뿐이다. 강원경찰이 선거 종료와 동시에 121일간의 ‘집중수사기간''에 돌입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매우 짧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는 인멸되기 쉽고, 증언은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선 여부나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신속하고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수사가 지연돼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퍼지게 된다면, 향후 선거에서도 불법 행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찰이 꼽은 ‘3대 선거범죄''인 흑색선전, 금품수수, 공직자 선거개입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행정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관권 선거의 망령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로, 단호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이번 수사는 선거 문화를 바로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경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결과로 답해야 한다. 불법으로 얻은 승리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며, 끝내 심판받는다는 엄중한 경고를 지역 정치권에 각인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