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난 속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이제 농가들이 한 해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제도를 일선에서 관리·지원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법적 근거도 없는 무리한 자체 기준을 내세워 농민에게 대못을 박는 일이 발생했다. 도내 한 지자체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행정의 편의주의와 과도한 재량권 남용이 어떻게 현장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A 자치단체는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의 낮은 숙련도 때문에 고심하던 농민이 상담 과정에서 던진 한마디를 ‘고용주 단순 포기''로 단정 짓고 벌점 20점을 부과했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근로자 배정에서 완전히 제외해 버렸다. 손발이 부족해 애타는 농민에게 사실상 ‘농사를 접으라''는 사형 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 다행히 강원도행정심판위원회가 “비례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농민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해당 농민이 그동안 겪었을 고통과 영농 차질에 대한 피해는 그 어디에서도 보상받기 어렵다. 이 사태의 본질은 지자체가 상위법인 ‘출입국관리법''과 법무부의 기본지침을 넘어선 자체 규정으로 농민을 제재했다는 점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운영 구조상 고용주에 대한 벌점 부과나 참여 제한 같은 강력한 제재 조치는 출입국관서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 법조계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지자체의 역할은 현장에서 숙소를 점검하고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확인하는 등 지원과 관리에 국한돼야 한다. 그럼에도 A 자치단체는 법무부 지침에도 없는 ‘고용주 단순 포기''라는 독소 조항을 자체 조례와 운영계획에 집어넣어 칼을 휘둘렀다. 이러한 지자체별 자체 기준의 확대 적용은 비단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마다 규정이 제각각이고 재량권의 범위가 모호하다면, 제도의 안정성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의 농민들에게 돌아간다. 가뜩이나 인력 매칭 과정에서 근로자의 무단이탈이나 무단결근, 숙련도 부족 등으로 모든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농가에 지자체의 부당한 행정 제재라는 짐까지 더 얹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A 지자체는 올해부터 출입국관서의 판단에 따라 제재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