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내 한 아파트 쓰레기함에서 선거 잔여물품이 포대에 담긴 채 무단 방치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다. 포대 안에는 단순 홍보물을 넘어 ‘잔여투표용지 보관용 봉투''와 같은 민감한 선거물품까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완벽하게 담보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의 물품 관리 실태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단면이다. 통상적으로 남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선거물품은 투표소 내부에서 안전하게 보관된 후 선관위가 절차에 따라 전량 회수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공식 회수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주거지역 쓰레기함에서 이러한 물품들이 굴러다녔다는 것은, 선거 행정의 사후 관리 체계가 사실상 마비되었음을 방증한다.
이번 사태에서 더욱 심각한 대목은 춘천시선관위가 사전에 물품 회수 계획을 수립하고 공문까지 하달했음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장비, 기표대, 잔여 선거공보 등을 일괄 회수하겠다는 세부 방침을 마련했으나, 일선에서는 선거물품들이 외부로 반출돼 자체 폐기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계획을 세우고 문서를 시행했다”는 선관위 관계자의 해명은 현장의 이탈 행위를 막지 못한 면피성 변명에 불과하다. 문서 몇 장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관료적 타성과 기강 해이가 투명해야 할 선거 행정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현행법과 규정의 사각지대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투표지와 잔여투표용지 등 핵심 문서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보관 후 폐기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담는 보관용 봉투나 기표함 등 부속 물품에 대해서는 명확한 관리·폐기 지침이 부재한 실정이다.
법적 규정이 불명확하다 보니 현장 요원들이 이를 단순 소모품으로 오인해 사적으로 처리하거나 무단 방치하는 허점이 발생하게 된다. 비록 투표지 자체가 유출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선거라는 글자가 찍힌 공식 물품이 쓰레기함에서 발견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이 느끼는 선거 공정성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규정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선거와 관련된 모든 자재와 물품의 도입부터 최종 폐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의 투명한 ‘이력 관리 시스템''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화천군 등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할 뻔해 다급하게 용지를 추가 송부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된 점도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다행히 실제 투표 불능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이것은 선관위의 투표율 수요 예측과 분석이 정밀하지 못했음을 드러낸 지표다. 물품 관리 부실과 수요 예측 실패가 동시에 도마에 오른 지금, 선관위는 조직 전체의 운영 실태를 뼈저리게 되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