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기업들의 투자 및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기업이 어음을 발행할 때 주로 활용하는 당좌예금의 회전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예금은행의 당좌예금 회전율은 750.3회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월(761.4회)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예금회전율이란 은행의 전체 예금지급액을 예금 평균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이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가계나 기업이 소비와 투자 등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자주 빼서 썼다는 뜻이며, 반대로 낮으면 예금을 은행에 그대로 묶어두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중에서도 당좌예금은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한 종류로, 주로 기업들이 상거래 대금 결제에 필요한 수표나 어음을 발행할 목적으로 개설한다. 기업이 예금 잔액이나 은행과 맺은 계약 한도 내에서 수표·어음을 발행하면, 이를 받은 사람(소지인)이 은행에서 곧바로 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구조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와 주식 시장 호조가 맞물려 기업들의 투자 및 자금 집행이 활발해지면서, 이 같은 당좌예금 회전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4월 거액 어음 결제가 여러 차례 있었고, 세금 납부 등 계절적 요인도 겹치면서 회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당좌예금 회전율은 기업들의 어음 발행이 잦았던 1999년에 월평균 1,000회를 웃돌기도 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대체로 월평균 400~700회 수준을 맴돌았다.
한편, 당좌예금을 비롯해 일반적인 보통예금, 가계종합예금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전체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의 회전율은 4월 기준 23.1회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증시 호조로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12월 23.6회를 기록하며, 2015년 12월(24.6회)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후 올해 1~2월에는 각각 21.5회, 19.1회로 다소 주춤했으나, 3월(23.5회)과 4월(23.1회) 들어 다시 반등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이 포함된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월 1.7회다.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던 지난해12월과 같은 수준이다.
증시 호조에 은행 예·적금에서 주식 등 투자처로 자금 이동이 활발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