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시인‘으로도 잘 알려진 영월출신 서예일 작가가 20년 만에 청소년 장편소설 ‘나는 왕이 아니었다’를 출간했다. 수도권 교육 현장에서 독서논술 강사로 활동해 온 서 작가는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삶을 현대 청소년의 시선에서 새롭게 재해석하여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야기는 단종문화제에서 어린 단종 역할을 맡아 어가행렬에 참여하던 현대의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570여 년 전 조선의 단종으로 깨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1세기를 살아가던 평범한 청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역사 속 비극의 중심인 왕이 되어,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의 결말을 바꾸기 위해 조선의 신하들과 맞서고 갈등하는 독특한 설정이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른들의 시각에서 그려지던 뻔한 정치 권력 다툼에서 벗어나, 열두 살 소년 단종의 내면과 감정에 오롯이 집중했다는 점이다. 왕위에 오른 소년이 감당해야 했을 두려움, 외로움, 상실감과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 수양대군과 김종서를 단순한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하지 않고 각자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해,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 ‘권력과 인간, 선택과 책임’이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서작가는 고향인 영월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어린 시절부터 단종의 삶에 깊은 관심을 품어왔다고 한다. 수십 년간 품어온 작가의 상상력과,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의 진로와 고민을 함께 나눠온 경험이 이번 소설의 바탕이 됐다.
서작가는 “학교에서 배우는 단종의 역사는 대부분 어른들의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왕이기 전에 한 명의 아이이자 청소년대 나이였던 단종의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며 “청소년들이 단종을 역사 속 비극의 왕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또래 소년으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퍼플 刊, 196쪽, 1만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