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미국과 만난 이란 협상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이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막지 않으면 이란을 강력하게 공습하겠다”고 위협한 데 반발해 협상장을 떠났다고 이란 매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란 협상팀 일원은 이란 매체에 “레바논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다른 주제들에 대한 협상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중재국인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동참한 가운데 4자 회담으로 진행된 협상이 80분 만에 정회에 들어간 데 이어,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을 전격 이탈하면서 협상이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이란 협상단장을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자신들의 위협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미국의 위협을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신중히 발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 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친이란 헤즈볼라를 막지 않으면 이란을 강력하게 공습하겠다고 위협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에 반발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음에도 해협을 통해 선박 통항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67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그 전날은 55척이었다”며 “원유 및 석유제품은 분쟁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해협 선박 통항은 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여전히 (해협) 중앙 항로의 기뢰를 제거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남쪽에 별도의 항로를 열었다”며 “우리는 지난 몇주 그 항로를 통해 선박을 호위해왔고, 오늘은 그 규모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란군은 전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계속되는 것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지만, 미 중부사령부는 곧바로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고 있지 않으며 선박 통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이란군의 발표를 부인한 바 있다.
라이트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여전히 통항 안전 여부를 우려하고 있으며, 아직 이란의 위협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가 이란에 보여주고 있는 건 이란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가능하며 그들이 어떠한 합의도 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그들은 파괴적 행동을 중단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그것(파괴적 행동)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직후 이란 석유 및 석유 제품 수출이 재개되는 것이 이란에 유독 유리하다는 비판에 대해 “미미한 혜택”이라며 “우리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허용할 것이며 이란과 대화를 나눌 것이다. 우리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 시도를 완전히 종식할 길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건 전 세계를 위한 엄청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이트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이란)이 얻는 건 단지 석유를 다시 판매할 능력뿐”이라며 “우리는 지난 두달 동안 이란이 석유를 단 한 방울도 판매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며, 이는 중요한 협상 지렛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상황은 예전으로 되돌아갈 것이지만, 핵 협상에서 진전, 의미있고 입증가능한 진전이 없다면 이란은 동결 자금을 해제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당근’이다. 이란이 다시 정상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트 장관은 그러면서 “이웃 국가들이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이란을 국제사회로 환영해줄까”라며 “물론 그럴 것이지만, 그건 이란이 정상 국가로 돌아갈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언제쯤 전쟁 전 상황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나는 석유나 휘발유 가격을 예측하는 일을 오래 전에 그만뒀지만, 가격은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천연가스 흐름은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그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란과 협상에서 무슨 일이 있건 간에 미국의 생산은 증가하고 있고,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전세계 다른 에너지 생산국과도 협력하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인들은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