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물' 중심이냐 '시대' 중심이냐
■ 기념관의 의미=과거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일제시대와 해방후 권위주의정권 시절의 남은 유산을 청산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세종대왕 안중근의사 유관순열사 백범 김구 다산 정약용 등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들과 '전쟁' '독립' '올림픽' '순교' 등을 주제로 한 기념관들이 건립돼 역사를 반추하게 하고있다.
도내에서는 화가 故 박수근선생을 기리는 박수근미술관, 만해한용운선생의 정신을 담은 만해마을, 소설가 이효석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이효석문학관, 소설가 김유정선생을 기리는 김유정문학촌 등이 건립돼 지역문화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모두 한국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들로 그가 살아왔던 역사를 함께 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기념관은 후세들에게 교훈이 되는 인물이나 역사건 사건을 기념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인근 지역주민의 문화 향수 기회를 확대하고 공공기관으로서의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 타당성 검토가 우선=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기념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념관이란 훌륭한 인물이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건물이다. '도산 안창호 기념관’이나 '만해기념관’ '백범 김구기념관'처럼 조국을 위해 헌신했거나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인물들을 기리는 일이다.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기념관인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물에 대한 업적평가가 우선되어야 하고 이에 타당성이 있다면 그때 착공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친일행적과 친군사적이었던 인물들도 적지않다 보니 각 지역마다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정이다.
■ 기념관 설립논란=좋은 예로 박정희 전 대통령기념관 설립 논란을 살펴보자. 진보단체들은 기념관이란 한 개인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를 기념하고 재평가한다는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발전을 이룩한 공적은 있지만 독재과정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희생시켰다며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독일 홀로코스트기념관에서 보듯 '기념’이란 단어를 반드시 좋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정희기념관 설립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 보다는 기념관설립을 통해 한 시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진보적 학자들을 포함한 기념관설립위원회 구성,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포괄하는 역대 대통령기념관으로의 확대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기념관 건립문제도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군사정권에 대한 평화적 정권이양과 광주항쟁에 대한 책임, 만주국 관리 전적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반면 원주지역의 여러단체들은 원주가 고향인 최 전 대통령의 기념관 설립을 통해 그의 업적을 기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왕기기자·wanki@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