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진할 때마다 이견 … 역대 대통령 중 변변한 기념관 없어
故 최규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관 건립 및 공원화 등의 기념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타계한 최 전 대통령의 경우 고향인 원주에서 기념사업이 재추진되고 있으나 김기열원주시장이 민간기구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업추진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시장은 최 전 대통령의 생가복원 및 전시관건립을 위한 유품확보 등 기념사업 의향에 대해 “시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는 선결문제가 있는 만큼 이미 구성돼 있는 민간기구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추후 여건이 갖춰지면 시·도가 참여해 재정투입 문제를 비롯 국·도비 확보 등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민간기구인 최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이사장:심상기 전 도의장)가 그동안 중단됐던 생가 복원과 소장품 전시장 건립 등의 기념사업을 추진하려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최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에 접근하는 시각 차이는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통령으로 재직한 ‘304일’과 ‘이후의 26년 침묵’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기인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렇듯 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일부 강원도민들은 그의 청빈한 공직자상과 한국 정치에 일정 부분 기여한 공로는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 사업을 둘러싼 이견은 비단 최 전 대통령만의 일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이 8명이나 되는 우리나라에는 변변한 전직 대통령 기념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초기인 지난 1999년 공약사업으로 내건 ‘박정희기념관’ 건립에 대해 근대화와 민주화 세력, 영남과 호남 정치세력간 화해라고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재임 중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모금 부진과 여건 미성숙 의견 및 국민적 합의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가 줄곳 따라다녔다. 그나마 대통령과 관련한 기념 사업 결과물은 연세대에서 지난 2003년 아태평화재단을 인수해 설립한 '김대중도서관' 정도가 고작이다.
게다가 최근 명지대에서 추진 중이라고 밝힌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념관 또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는 상태다.
이에 반해 정치 선진국인 미국은 전직 대통령 기념관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수도 워싱턴에는 링컨기념관, 제퍼슨기념관, 프랭클린기념관이 있어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다.
20세기 후반 거의 모든 대통령들은 ‘○○센터’란 이름의 기념관을 갖고 있으며 주로 자기 고향에 건립돼 도서관을 겸하는 실정이다. 지난 2004년 빌 클린턴 대통령 기념관 개관식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자와 주요 국 지도자들이 참석해 축하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이에 대해 학계 일각에서는 유난히 한국 사회만이 대통령기념사업에 인색하다는 의견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기념관에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자료까지 전시하는 것처럼 업적만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장소가 아닌 공과를 함께 전시하도록 해 후세로 하여금 올바른 시대의 판단을 가능토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병수기자 dasan@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