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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新 강원기행](29)강릉시 구정면 학산1,2,3리 '학마을'

"여기 오면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쉰다고"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의 권순근씨 농가에서 강릉곶감 명품화 사업의 일환으로 전통 건조방식으로 곶감을 말리고 있다.

>> 살고 싶은 마을

산으로 둘러싸인 낮은 구릉지역에 넓은 들이 펼쳐있고 학산천은 칠성산을 휘감고 마을을 가로질러 동해까지 흐른다.

강릉 학마을은 ‘살고싶은 마을’이다.

강릉시 구정면 학산 1,2,3리를 총칭하는 학마을 주민들, 옛말에 ‘살아서는 학산이 좋다(生居地慕鶴山)’는 말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학마을이라며 마을 자랑을 시작한다.

자랑스러운 전통 문화를 보전·계승하고 있으며 새농어촌건설운동 정보화마을 역사문화마을 등 국책사업들을 유치하면서 시장개방에 살아남는 농촌마을로 경쟁력도 갖춰가고 있다.

마을의 산과 들처럼 우직해 보이는 어르신들의 마을 소개가 시작된다.

학마을은 굴산사가 있어 ‘굴산’ 학바위가 있어 ‘학산(鶴山)’이라 불려왔으며 1916년 ‘학산리’로 명명됐다.

주민 수는 학산1리 105세대 285명, 2리 130세대 370명, 3리 90세대 280명 등 935명이다.

마을에서는 정월 초정일 마을 서낭당에서 대동제를 지내며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마당이 펼쳐진다.

학산오독떼기로 잘 알려진 이 마을은 학산농요보존회가 1985년부터 매년 학산오독떼기 전승행사를 열고 있으며 2005년에는 학산오독떼기전수관이 개관됐다.

‘오독떼기·학마을’ 운영사업을 통해 문화마을 사업, 애향사업, 역사마을사업, 전통가꾸기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

주요 특산물로는 토마토와 곶감이 있고 밤과 천연염색스카프 등이 있으며 5월말 양귀비 축제가 열린다.

마을 체험거리로는 학산오독떼기를 전승자에게 직접 배우며 체험 할 수 있고, 산뜻한 산나물 채취와 야생화를 볼 수 있다.

메리골드 등 꽃을 활용한 천연염색, 두부 만들기, 밤 줍기 체험프로그램이 있다.

정문자새마을부녀회장은 “천연염색 체험은 꽃 외에도 밤껍질이나 황토 등을 이용해 다양한 색깔을 얻어내는데 도나 시에서 행사가 있을 때 다른 마을들을 제치고 초대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곶감을 생산하는 권순근씨는 “감 재배의 생산 가공 저장 일괄처리시스템을 도입해 강릉곶감이라는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면서 강릉곶감을 상품화시키는 생산 차별화 전략으로 농가 소득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목기학산1리이장은 “천년마을 주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며 시대를 앞서가는 살고싶은 마을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며 “학산의 여러 유적과 강릉단오제 등을 연결시켜 둘러보면 전통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범일국사 & 학산오독떼기

마을 주민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유네스코가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한 강릉단오제 주신(主神) 범일국사의 탄생설화가 깃든 곳이라는 자부심이다.

범일국사 탄생신화는 하늘의 신령스런 해가 우물로 내려와서 사람으로 태어났고, 죽어서는 성황신이 되어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인데 탄생신화가 가진 신성성이 모습을 바꿔 현대에서도 ‘단오제’라는 축제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는 데 의미를 더한다.

설화 외에도 학산오독떼기(도무형문화재5호)를 비롯해 굴산사지(사적448호), 당간지주(보물86호), 부도탑(보물85호), 석불좌상(도문화재자료38호), 조철현가옥(도유형문화재 제87호) 정의윤가옥(도유형문화재 제93호)등 문화재와 비지정 문화유적 보호수목, 장안성, 서낭당 등이 존재한다.

굴산사는 범일국사가 신라말 문성왕 9년(847년)에 창건했으며 지금은 폐사지이지만 한 때는 쌀 씻은 물이 동해에까지 흘러갈 정도로 큰 사찰이었다고 전해진다.

논 위에 우뚝 선 굴산사지 당간지주는 절에 행사가 있을 때 깃발로 표시하는 돌기둥인데 국내 최대규모여서 굴산사의 규모를 짐작케한다.

또 학마을에서는 학산오독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오독떼기란 농사를 지으면서 피로를 잊고 즐겁게 일하며 능률을 올리기 위해 부르는 농요(農謠)이다.

도무형문화재 제5호 학산 오독떼기는 강릉 학산 지역에서 널리 불리는 민요로 내용은 모내기 김매기 벼베기 타작 소리 등으로 나뉜다.

오독떼기 기능보유자는 8명이었으나 이중 조원 조경재 동기달 최찬덕 등 4명의 기능보유자가 세상을 떴고 현재 윤흥용(84) 김철기(81) 최삼영(71) 정완화(71)등 4명의 전수자들이 학산오독떼기를 보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도무형문화재 제5호 강릉학산오독떼기는 1988년 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강릉학산오독떼기보존회가 중심이 돼 매년 ‘경창대회’를 개최하는 등 전승 보전하고 심포지엄과 발표회를 비롯해 구정초 금강초 포남초 등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매주 2시간씩 교육을 하며 학산 오독떼기를 부지런히 보급하고 있다.

윤흥용오독떼기기능보유자는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주민들이 앞장서 우리의 소리를 지켜온 까닭에 학산오독떼기가 원형 그대로 보전될 수 있었다”며 “전승·보전에 힘을 쏟고 있지만 더 많은 후계자가 필요해 학생 일반인 등 오독떼기를 배우려는 모든 이들에게 끊임없이 전파하고 있다”고 했다.

>> 전통과 희망의 마을

강릉 학마을은 무궁한 가능성의 마을이다.

최고 장점은 접근성이다.

강릉시청에서 불과 10㎞에 위치해 거리상으로도 무척 가깝고 2006년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면서 구축된 학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교류를 펼치고 있다.

2002년 루사때 마을이 초토화돼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을주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한마음으로 뭉쳐 2005년 문화관광체육부의 역사문화마을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새농어촌건설운동 마을로 각각 선정됐고 2006년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 대상지 선정에 이어 정보화마을로 지정돼 마을정보센터를 개소했다.

올해에는 전통장 고품질 상품화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되는 등 여러가지 국책사업과 수많은 타이틀을 가진 마을이다.

마을 홈페이지 활성화, 오독떼기교실 운영, 마을해설사 양성·운영, 문화유적등산로 탐방, 농촌·한옥체험 등의 사업을 주민참여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학마을은 유서깊은 마을이면서 인재와 교육의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김목기학산1리이장은 “조순 전총리를 비롯해 정의철 구명주군수 조평재·황석명변호사 조규영 전도부지사 정의창 전명륜학원장 김동수 기획재정부차관 등도 모두 학산출신이며 지금까지 박사만도 23명이 배출됐고 교사 공무원 전문직 등까지 포함하면 300여명가량 된다”고 했다.

이종춘학산2리이장은 “태풍 루사로 마을주민 모두 큰 아픔과 시련을 겪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마을 주민들조차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다”며 “앞으로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을 지닌 마을로서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강릉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마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태교 강릉학마을정보화운영위원장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에 삶의 여유와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살고싶은 마을’ 학마을은 모두의 안식처가 될 것”이라며 “학이 범일국사를 품었던 그 감동으로 백년 손님을 맞이하는 장인정신을 갖고 포근한 어미의 품과 같은 따스함으로 맞이하겠다”고 했다.

심오섭강릉문화원사무국장은 “강릉 학산마을은 지역의 자랑이자 강릉 문화재의 보고인 곳”이라며 “외형적인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주민 모두가 학산마을에 대한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 마을을 가꿔 나간다면 전국 나아가 세계 최고의 문화역사마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강릉=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

사진=권태명기자 kwon80@kwnews.co.kr

>> 범일국사 탄생신화

강릉 학산에 양가집 처녀가 있었다.

이 처녀가 물을 길러가서 바가지에 물을 뜨니 해가 바가지에 담기는 것이다.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신 뒤 처녀는 배가 불러오고 14개월만에 사내 아이를 낳았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으니 마을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보자기에 싸서 바위밑에 버렸다.

그러나 모정을 이기지 못해 며칠 지나 바위에 가보니 죽은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학이 주는 붉은 열매를 먹으면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 기이한 광경을 본 부모는 아이 이름을 범일이라 정하고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범일은 특히 재주가 남달랐다고 한다.

범일국사의 어머니가 물을 마시고 아이를 가졌다는 석천은 마을 한 가운데에 있고 학이 아이를 보호했던 바위(학바위)는 마을의 뒤쪽 산기슭에 있다.

학바위로 올라가는 길옆에 범일국사의 부도(浮屠)가 있다.

5.4m의 굴산사 당간지주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당간지주에 속하며 당간의 크기로 미뤄 범일국사가 세운 굴산사가 얼마나 큰 사찰이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 학산오독떼기 유래

오독떼기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조가 동해안 일대를 돌아보다가 오독떼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 노래하게 하고 상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미뤄 그 이전부터 이 소리가 강릉 학산 지역에서 널리 불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조는 1466년(세조12년) 윤3월에 동해안을 순행하는데 14일 밤 연곡에서 머물면서 ‘농요’를 잘 부르는 사람을 모아 노래하도록 했다.

노래를 잘 한 사람들은 악공의 예를 따라 임금의 수레를 따르게 했고 이튿날 임금의 행차가 구산에 머물렀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조선 전기에 이미 강릉지역의 농요가 음악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를 만큼 세련되었으며, 임금 앞에서 노래로 불릴 만큼 농민들의 음악적 기량도 뛰어났음을 짐작케 한다.

학산마을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한 원님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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