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주)써모텍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세라믹 신소재' 개발·생산업체다. 세라믹 소재산업이란 것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반해 수익은 더디게 발생하는 구조 때문에 대기업조차 손대기를 꺼리는 분야임에도, 자본금 9억원의 벤처기업이 '겁 없이' 덤벼든 이유는 일본 중심의 세라믹 소재 시장의 구조를 바꿔놓기 위해서이다.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을 딛고 서지 않는 한 세라믹 소재산업의 발전은 없다는 것이 이 회사 김인태(50) 대표의 생각이다.
서울대·KIST 출신 엘리트들 의기투합하여 창업
LTCC 파우더 등 신소재 개발로 세계시장 공략
올 매출 15억원 예상 … 하반기 日 시장 진출 추진
이런 목표로 설립된 (주)써모텍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열장비 사업부터 시작
(주)써모텍은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신 엘리트 3명에 의해 2001년 10월 서울에서 창업됐다. 모두 세라믹 신소재를 전공으로 하고 있던 이들은 기술의 산업화를 통해 국내에서 세라믹 소재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 중심에는 김인태 대표가 있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KIST 선임연구원, 서울대 신소재공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친 그는 세라믹 소재산업이 일본에 사실상 종속돼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주)써모텍을 차렸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으로는 곧바로 세라믹 소재를 개발·판매할 수 없었다. 시장이 워낙 좁았던데다 무엇보다 세라믹 소재산업 특성상 소요되는 막대한 자본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작한 것이 열장비 제조·생산이었다. 학교와 연구소에 있으면서 거의 매일같이 접했던 장비들이어서 김대표가 잘 알고 있었고 궁극적인 목표인 세라믹 소재 개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열장비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문제들을 보강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대학과 연구소 등에 판매했다. 시장 반응은 괜찮았다.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작했기 때문에 주문도 많았다. 이렇게 해서 첫 해 올린 매출은 1억원. 그 후로도 꾸준히 연구·개발해 '초고온 기계적 물성 측정장비'. '초전도선재 열반응 장비'등을 생산하면서 매출을 지난해 13억원까지 점차 늘렸고 직원도 15명 충원했다.
◇강릉 이전, 제2의 도약
창업부터 2006년까지 (주)써모텍은 열장비를 중심으로 사업을 했지만 이 기간은 세라믹 신소재 개발을 위한 준비단계였다.
2004년과 2006년 자본금 증자를 통해 회사 기반을 다졌고 2006년 12월에는 서울대 산학협력재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각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세라믹 신소재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했다.
때마침 강릉에서 과학산업단지를 만들면서 세라믹 관련 업종을 유치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2006년 4월부터 강릉시와 협의 끝에 강릉과학산업단지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이 결심에는 강릉대 세라믹공학부의 박상엽 교수와 윤상옥 교수 등 대학과 연구소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권유와 강릉시의 세라믹 사업에 대한 열정이 한몫했다.
이 무렵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9억2,500만원의 투자유치도 성사됐고 산업자원부로부터 뉴프런티어사업 소재성형사업단 협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마침내 2007년 9월 강릉과학산업단지로 회사를 이전하면서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세라믹 신소재 개발이 시작됐다. 이렇게 해서 처음 개발한 것이 LTCC 파우더(Low Temperature Co-fired Ceramics Powder·저온동시소성세라믹스)였다. 이 제품은 유리와 세라믹을 혼합한 재료로 주로 무선이동통신용 부품과 자동차전장부품, 저유전율 제품 등을 만드는데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진출로 세계시장 도전
(주)써모텍의 LTCC 파우더가 품질 등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일본 제품을 사용하던 업체들이 이 회사 제품을 납품받고 있다. 삼성전기에서는 자동차용 레이더로, 필코CND에서는 안테나 등에 적용하고 있고 RN2테크놀로지의 경우 이동통신용부품제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진출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진행했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일본전자정보통신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알렸으며 올해 역시 도쿄에서 열린 국제세라믹종합전시회에도 참가했다.
국내외 시장으로 서서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던 (주)써모텍에 일본 진출의 기회가 온 것은 올 4월이었다. 세라믹 소재부문에서 세계적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교세라'로부터 (주)써모텍에서 생산하고 있는 '글라스 파우더(Glass Powder)'에 대한 정보 및 가격 문의를 해 온 것. 이에 따라 오는 7월15일 김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이 일본을 방문, 품질과 가격 등에 대해 협의를 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진행 중인 상황으로만 보면 올 하반기 일본 시장 진출은 거의 확정적이다. (주)써모텍은 교세라와의 계약이 체결되면 회사 성장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인태 대표는 “지난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5억원 이상의 판매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강릉으로 이전해 온 만큼 일본시장 진출을 통해 한국 세라믹 소재 산업을 세계에 알려 나가겠다”고 했다.
유병욱기자 newybu@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