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대표 인터뷰
김인태(50) 대표는 부드러웠다. 세라믹을 전공한 공학박사라는 경력 탓에 인터뷰가 다소 딱딱하겠다 싶었지만 4시간의 취재 내내 그의 얼굴에는 선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직접 브리핑을 하기도 했고 세부 질문에 대해서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애썼다. 사업장에 대한 설명도 직접 나섰다. 그러나 세라믹 소재산업의 현실과 일본은 꼭 잡고 싶다는 의지를 말할 때는 엄숙한 결연함도 묻어 나왔다. 그랬다.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고 세라믹 소재산업에 대한 사명감도 갖고 있었다.
지난 19일 강릉과학산업단지 내 (주)써모텍 회의실에서 가진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부드럽지만 진지하게 진행됐다.
△서울대 박사 출신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책임연구원이라는 흔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는 분이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저는 기술은 사업화가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전공한 세라믹 신소재 개발과 관련된 산업은 사실 국내에서 별로 하는 곳이 없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보니 일본이 이 분야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세라믹 소재를 전공한 기술자 대부분이 갖는 꿈이 바로 일본 시장을 깨는 거예요. 저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흔히 그 정도 경력이면 대부분 대학교수로 가지 않습니까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죠. 주위에서 그러더라고요. 김인태가 창업할 줄 몰랐다고. 말리기도 했고…. 하지만 저는 일찌감치 대학으로 갈 생각은 접었어요. 교수는 저 말고도 할 사람이 많거든요. 반면에 세라믹 소재산업에 덤벼들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 세라믹 소재산업 때문인데 정작 다른 분야를 먼저 시작하셨습니다
“서울대와 KIST로부터 세라믹 신소재와 관련된 기술이전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사실 곧바로 세라믹 소재 개발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 창업할 때인 2000, 2001년 이때가 벤처기업에 '묻지마 투자'를 하던 때라 아마 거액의 투자도 받을 수 있었을거예요. 그런데 세라믹 소재를 개발·생산하면 누군가는 그걸 구입해 써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당시만 해도 그럴만한 곳이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열장비 개발부터 했죠. 연구실에서 늘 사용하던 것이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고요. 아마 그때 투자를 받아 사업을 했으면 십중팔구는 망했을 겁니다.”
△그럼 세라믹 소재와 관련한 사업은 언제부터 본격화한 건가요
“강릉으로 이전한 2007년부터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LTCC POWDER(저온동시소성세라믹스 분말)도 강릉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했으니까요.”
△강릉과학산업단지로는 왜 온 겁니까. 서울에서 강릉으로 온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2006년 초 강릉에서 세라믹학회가 열렸는데 거기에 참석했다가 강릉과학산업단지 내에 세라믹클러스터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평소에 세라믹 산업은 집적화가 돼야 성공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관심이 가더라고요. 곧바로 강릉시와 접촉했습니다. 그전까지 하고 있던 열장비 분야만 생각했으면 물류비 때문에 못 왔을 텐데 세라믹 소재 쪽은 고부가가치라 운송비 비중이 낮아 강릉으로 와도 괜찮겠다 싶더군요.”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강릉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직접 서울과 공장이 있던 경기도 시흥까지 찾아와 강릉과학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강릉시에서 지원하는 내용들을 설명하고 설득했기 때문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공무원이 사는 밥도 얻어먹고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일본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세라믹 소재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경쟁할 방법은 있습니까
“일단 일본의 능력을 인정해야죠. 세라믹 소재산업만을 하는 국제적 대기업들이 몇 개씩이나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기술력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LTCC POWDER의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때문에 저는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려 합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 시장을 잠식하면 곧바로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올 하반기부터 저희 제품이 일본으로 수출될 겁니다.”
△신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 중입니다. 에너지 관련 분야인데 지금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고 또 하나는 LED 조명과 관련된 '고방열성 기판'을 연구 중입니다. 쉽게 말하면 열을 견디는 기판을 말하는 겁니다. 이 제품들이 LTCC POWDER와 함께 판매될 예정입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가 만드는 세라믹 소재로 내수시장 국산화 비중을 높이고 일본을 잡는 겁니다. 이것은 한국 세라믹 업계의 꿈이기도 하죠. 저는 5년 후에 100억원 매출과 순이익 30억~40억원을 올리고 추후에는 순이익 100억원을 넘기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있게 말을 이어가던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사실 부담도 크다고 했다. 세라믹 소재 업계에서도 최근 희망을 갖고 (주)써모텍을 바라보고 있고 강릉과학산업단지 세라믹클러스터 부지에 이전해 온 1호 기업인 만큼 자신들이 성공을 거둬야 더 많은 기업이 강릉으로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을 하면서 웃었다. 자신감이었다.
(주)써모텍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쾅쾅거리는 망치 소리가 햇살에 부딪치며 강릉과학산업단지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유병욱기자 newybu@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