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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임신부 권리선언'

'덮어넣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3년)' '낳을수록 희망 가득 기를수록 행복 가득(2006년)' 40여 년 만에 가족표어가 이렇게 달라졌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 숫자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1960년대에는 6.0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엔 4.5명으로 떨어지더니 2008년에는 1.2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출산율 감소로 유년층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2006년부터는 노동력의 핵심 축을 형성하는 30~40대 노동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한국은 2305년 인구가 500명 정도 남는다는 보고서를 냈다. 세계에서 인구가 소멸되는 첫 국가라는 것이다. 저출산 심각성을 알려면 한국에 와서 보란 얘기였다. 미국 사회보장국장 및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세계 고령화 이니셔티브 국장을 역임한 폴 휴잇 박사는 올 초 이렇게 경고했다. “한국은 회복하기 어려운 인구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현재 인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지금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에 인구가 반으로 감소하는 현실을 경험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저출산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 싫어서가 아니다. 열악한 환경의 산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부담은 둘째, 셋째 아이는 꿈도 못 꿀 일로 만들어 버렸다. 만 1년까지 보장된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충북도가 최근 '임신부 권리선언문'을 발표하고 친(親)임신부 문화 확산 캠페인에 나섰다. 선언문은 실생활에서 느끼는 애로를 담았다. 대중교통 좌석을 임신부에게 우선 배려하고, 임신부가 타면 천천히 출발한다 등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이 낳기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 전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작은 배려가 아닐까. 강원도에서도 이런 작은 운동이 시작돼야 한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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