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또 뭔가?' 화두(話頭)에 꼬리를 무는 물음이다. 지금 전국 선원(禪院)에서는 화두를 참구하는 스님들의 용맹정진이 극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안거, 방문을 걸어 잠그고 좌정했다. 사유할 수 있는 모든 출구도 철저히 봉쇄됐다. 말이 있어도 안 된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주저앉지도 못 한다. 사방이 은산철벽으로 막혀 바람 한 점 스칠 수 없는 철의 장막 한가운데 서 있다. 의심, 의정, 의단으로 끝없이 몰입해 들어가는 간절한 의문이다. 마음이 온통 의심 덩어리다. 그게 부풀어 마침내 탁 터지는 경지로 나아가야 한다.
▼화두로 수행하는 참선법, 간화선(看話禪)이다. 자신의 본성을 구명해 깨달은 묘경(妙境)을 이심전심으로 중생의 마음에 전하는 선종(禪宗)이다. 당나라(중국) 오대산에서 수행한 도의가 신라로 돌아와 전파한 법풍이다. 그는 '자심즉불(自心卽佛:인간의 마음이 곧 부처)'이라 했다. '중생이 곧 부처'라는 뜻, 상상을 초월한 왕권에의 도전이다. 이 진리가 대중의 가슴으로 확산돼 절대왕조 신라를 붕괴시킨 정신적 기조가 됐다.
▼조계종의 종지(宗旨)가 선종이다. 그래서 도의국사가 종조(宗祖)다. 아울러 우리나라 구산선문 중 가지산문(迦智山門)의 초조다. 이 도승이 설악산에 '진전사(陳田寺)'를 창건해 40년간 선법(禪法)을 펴 법을 전하고 적멸했다.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 산1번지에 있는 보물 제439호 '도의국사 부도(浮屠)'가 증표다. 조계종 태동 성지가 진전사다. 우리 민족의 개국신화(단군신화)를 최초로 기록한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선사도 이곳에서 체발득도(剃髮得度:출가), 수행했으니 이 또한 가지산문의 큰 위세다.
▼'도의국사와 가지산문' 주제 학술세미나가 11일 내설악 백담사만해마을에서 열린다. 내로라하는 전국의 석학들이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 도의국사, 그의 기반인 가지산문에 대해 다채롭게 조명하는 자리다. 강원도, 한국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다. 민본주의, 우리 시대에도 살아있는 도의국사의 철학이다. 할(喝)! 이 시대의 화두, 갈등을 날려버릴 방법은 뭔가?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