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CNN과 야후가 마비된 적이 있다. 2000년 초에 '마피아 보이'라는 캐나다 소년의 공격에 꼼짝없이 당했다. 미국 FBI의 웹사이트가 해커들에 의해 폐쇄된 일도 있다. 당시 미 상원의 공식 웹사이트도 MOD라는 집단에 속수무책이었다. 해커들은 자신들에 대한 사냥에 항의하는 표시로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상원 사이트에 글을 남겼다. 금융 네트워크를 침입하거나 대규모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바이러스를 제작, 유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국내에서는 '에코키스'라는 윈도우즈 트로이목마를 이용, 타인의 현금을 인출해 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취직을 위해 직업훈련원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은 22살의 황모씨가 에코키스를 받아 다른 사람의 PC통신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도록 변조한 후 통신 가입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계좌번호를 파악하는 수법을 썼다. 서울 모 대학에 다니던 학생이 해킹 프로그램인 백오리피스로 '우리별 3호'의 정보를 빼내 자유게시판에 올려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사이버테러는 순간적이고 전면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게 특징이다. 국가기간망의 정보시스템이 오작동되거나 파괴될 경우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3년 슬래머웜 파동 때는 9시간 동안 인터넷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일 평균 1천만 건에 이르는 해킹 시도가 있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 해킹 사고는 매년 3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인다. 그 정도는 해당국의 호스트와 네트워크의 규모에 비례한다. 국경을 넘어서는 공격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디도스' 대란이 그렇다. 청와대 국방부와 미국 백악관 등의 홈페이지를 동시다발적으로 교란시켰다. 뉴테러리즘의 대표적 유형이다. 익명성을 띤 해커가 불특정 다수에게 행하는 테러다. 배후로 북한 또는 추종 세력이 지목된다. 눈에 보이는 도발보다 더 무섭다. 그 양상이 '대전'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사이버 전사' 양성으로 사이버 제국의 야심을 드러낸 지 오래다. 총성 없는 사이버 전쟁 시대, IT 강국에 걸맞은 종합 대책이 아쉬운 요즘이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