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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학파라치'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권이나 교육수장이 바뀔 때마다 변했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본고사 폐지니 수능등급제니 하는 식으로 대입제도를 바꾸거나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강구해 왔다. 그러나 수능시험을 만들면 수능 과외가 생기고, 특기적성을 강화하면 특기적성 과외가 생기는 식으로 새로운 대입제도에 맞춰 과외는 성행해 왔다.

▼지난해 국내 총 사교육비는 20조9,000억 원으로 2007년보다 4.3% 늘어났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문제에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부모로서 자녀를 잘 키우려는 한국 특유의 본능적 동기 이외에 신분상승과 체면이 가세해 사교육비를 부풀리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확실한 방법이 있긴 하다. 과외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국이 세계와 경쟁하는 일은 포기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공교육 불신도 사교육비를 증가시킨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J.S.밀의 말이 흥미롭다. “공교육은 가난한 학생을 위한 것”이라 했다. 학부모가 재력이 있다면 홈스쿨 등 사교육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 국민복지의 최저 조건으로 규정되면서 이 고전적 언명은 빛을 바랜 지 오래다. 사교육 문제는 고질적인 패러독스의 하나다. 건드릴수록 복잡해진다.

▼정부가 최근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학원 직접 규제'라는 칼을 빼 들었다. 불법 편법 운영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이다. 심야교습 시간 위반이나 학원비 과다 징수 등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30만~50만 원의 포상금을 주는 '학파라치'제도(학원 신고 포상금제)까지 도입했다. 법 위반을 입증할 증거물을 제시해야 포상금을 줄 예정이니 외부인 신고는 어렵다. 결국 학부모나 학생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필요해 찾아간 학원을 학생이 신고할 수 있을까. 대증적인 요법으로 사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학벌주의 가치관이 엄존하고 이에 따라 대학입시가 일생을 좌우하는 시험으로 인식되는 한 사교육 문제의 해결은 백약이 무효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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