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년 8월24일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하늘을 뒤덮은 화산재가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베수비오 화산 아래 있던 휴양도시 폼페이는 불과 18시간
만에 지도에서 사라졌다. 전체 인구 2만여 명 중 2,000여 명이 숨졌다. 설로만 여겨졌던 폼페이가 인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로부터 약 1,500년이 흐른 뒤다. 본격적인 발굴은 1748년부터 시작됐다.
▼가장 충격을 준 것은 화산재와 용암으로 덮인 채 굳어 버린 '인간화석'이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 연기를 피해 고개를 숙인 남자, 서로를 끌어안은 연인 등 다양한 형태는 물론이고 금화를 잔뜩 움켜쥔 탐욕스러운 귀족, 금목걸이와 은제 식기들을 챙겨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여인 등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최후의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의 형상은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폼페이:최후의 날'의 모티브가 됐다.
▼지난달 27일 일본 혼슈 중부 온타케산이 폭발했다. 용암 분출은 없는 작은 규모였지만 정상 부근은 바로 화산재로 뒤덮였다. 10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00개가 넘는 활화산을 가진 일본은 첨단 장비를 갖추고도 폭발을 예측하지 못했다. 화산재를 뒤집어쓰고 심폐 정지된 등산객의 모습은 폼페이 '인간화석'의 데자뷔였다.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온타케산 화산 폭발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과 영국 과학자들은 최근 1년간 백두산에서 진행한 공동연구를 통해 “화산 상태가 상당히 안정적이어서 당장 폭발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이 함께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해 협의한 것은 단 2차례에 불과하다.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남북한의 공동연구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
김석만논설위원·smkim@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