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 제한에 경제손실 눈덩이
농민 3천명 출입시간 등 통제
물꼬 트려다 초병들과 다툼도
도 민통선 축소 정부에 건의
남북의 군사 대치로 한 해 8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접경지역의 농업인들을 비롯해 많은 주민이 지난 65년간 각종 군사규제에 발목 잡혀 불편과 희생을 강요받았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 주민들의 불편과 재산권 침해는 당연시됐다. 하지만 평화의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 같은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국내 민통선의 면적은 1,086㎢로 도내 면적(853.7㎢)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중 농업지역은 95.3㎢로 여의도 32개 면적에 달한다. 민통선 내 농지가 가장 많은 철원의 경우 전체 논의 40%가 민통선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000여명의 농업인이 매일 검문을 받고 민통선 안을 출입하며 영농시간에 제한을 받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등 농지의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출입시간이 지나면 손쓸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한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민통선 내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김남국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이장은 “시설재배의 경우 24시간 온도 조절 등 신경 쓸 일이 많지만 해가 지면 토마토 하우스에 갈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잠깐 쉴 수 있는 간단한 농막을 지으려고 해도 까다로운 허가를 거쳐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영규 김화읍장은 “요즘같이 많은 비가 내리면 농민들이 논에 물꼬를 내기 위해 민통선으로 들어가려다 초병과 다툼을 벌이는 일이 잦고 이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주민들도 여러 명”이라며 “민통선 이남이라도 농로를 가로막고 있는 군부대도 있어 이전을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원연구원에 따르면 민통선 출입통제, 영농제한 등 군사규제 손실액은 연간 8조8,879억원에 달한다. 도는 이에 따라 군사분계선 이남 10㎞로 설정된 민통선을 5㎞까지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최기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