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차고 행복해야 할 설날이 우울하게 지나갔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한파 때문이 아니다.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개인은 물론 소상공인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추진된 가스요금 인상 여파가 이제야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만, 경기 침체와 역대급 한파 속에 고지서를 받아 든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춘천 우두동의 36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56)씨는 지난 12일 2022년 1월 25만3,880원이던 가스요금이 이번 달엔 40만2,020원으로 찍혀 있는 고지서를 받았다. 역대 최대액이다. 사용량은 18% 늘었는데 요금은 58% 증가했다. 이처럼 난방비가 급등한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원인이다. 지난해 LNG 가격은 MMBtu(단위)당 34.24달러로 전년(15.04달러) 대비 128% 뛰었다. 2021년과 비교해 두 배가량 오른 것으로 역대 최대다. 바깥 기온이 냉동실과 다름없는 극강 한파에도 불구, 서민들은 다음 달 고지서가 어른거려 난방을 제대로 틀지 못한 채 버텨야 할 처지다.
물론 가스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도시가스의 원료인 LNG 수입 가격이 폭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앞으로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감안해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부터는 추가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2026년까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중장기 대책도 세운 상황이다. 난방비 인상 부담은 취약계층에 더 큰 고통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의 연료비 지출 비중은 11.8%였지만, 소득 상위 20%의 지출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1월 전기요금 추가 인상으로 온열장판 사용 부담도 더 커졌다. 정부가 취약계층의 동절기 가스요금 할인 한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최대 1만2,000원 늘어났을 뿐이다.
에너지 바우처를 발급받지 못한 사각지대도 해마다 증가해 5만5,000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구멍 난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엄중한 인식으로 모든 정책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이참에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믹스(조합)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는 말 많고 탈 많은 탈원전 정책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또 가계와 기업 모두 에너지 절약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절전 운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편 공공요금을 올리더라도 현실적으로 민생경제와 서민가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빈도를 늘리더라도 폭은 낮추는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