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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사람이 미래다

국내 한 대기업은 10여년간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를 진행했다. 화려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이 광고는 당시 많은 젊은이들과 소통하겠다는 해당 대기업의 의지를 담아냈다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 대기업은 오랫동안 젊은층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늪에 빠졌던 각 나라들의 인명을 대하는 방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 무조건 '반자이(돌격)'를 외치며 젊은이들을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구겨 넣은 일본은 결국 카미카제라는 희대의 자살 공격까지 낳았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3월부터 7월까지 북동인도 마니푸르주의 주도 였던 임팔 일대에서 벌어진 임팔 작전은 인명을 하찮게 생각하는 일본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시 일본군은 보급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전장에 나섰다가 전사 3만2,000명, 병사 및 아사 2만명, 부상 2만3,0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명 손실을 입었다. 동남아는 어느 곳이든 먹을 것을 확보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각 병사들은 15일치 식량만 들고 출전했는데 전투가 길어지면서 보급이 제대로 안돼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당시 보급을 받지 못한 병사들이 현지인 촌락을 무자비하게 약탈할 정도였고 결국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굶주림에 시달렸다. 1990년대 초 국내 안방을 뒤흔들었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극중 주인공인 최대치가 전장을 탈출하던 중 뱀을 뜯어먹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임팔 작전의 잔혹함을 묘사한 것이다.

이때 독일과 러시아도 마찬가지 였다. 독소전쟁에 참가 했던 독일군 상당수는 전투가 일찍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겨울 옷을 준비하지 않았다. 결국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소련의 가장 무서운 '동장군'의 공격으로 독일의 동부전선은 무너졌다. 독소전으로 독일군은 410만명, 소련군은 1,000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와 실종자 등도 비슷한 규모다. 양 국가 지도자 모두 전쟁에 이기기 위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젊은이들을 희생시킨 셈이다. 대표적인 소모전으로 꼽히는 이 전쟁 이후 러시아는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여성 100명당 남성 86.6명이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 남자들의 보드카 사랑 등이 크게 기여하지만 2차대전의 여파도 만만치 않다.

일방적이라는 지적도 있겠지만 전쟁에 참여했던 또다른 국가는 전장에서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 등을 구조하기 위해 별도 부대까지 운용했다. 인명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른 셈이다.

최근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다. 한때 불안한 정세에 따라 전쟁이라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다.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허영 국회의원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투입된 군 병력이 1,526명에 이른다. 특전사 뿐만 아니라 수도방위사령부, 방첩사, 정보사 등 고루 포함됐다. 이들중 상당수는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입대한 소중한 우리의 자녀들이다. 각자의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자식들이다. 일부 부모들은 계엄 당시 이들에게 절대 나서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켜야 할 동량(棟樑)들이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비상계엄에 동원됐다는 이유로 거론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비상계엄은 인명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을 다시한번 여과없이 드러내는 순간이 됐다. 2차대전 이후 80여년이 지났고 많은 교훈이 있었음에도 군 장병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인가라는 점에서 한숨만 나온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 군인은 우리의 소중한 자식들이다. 정치권은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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