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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무료한 잿빛 일상, 핑크빛으로 물들다

■바이러스=기력도, 의욕도, 연애 세포도 바닥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번역가 택선. 어느 날 무채색이었던 그녀의 일상을 핑크빛으로 물들일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첫 만남에 청혼까지 하는 모태솔로 연구원 수필. 두 사람의 엉망진창 소개팅 다음 날, 택선은 갑자기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괜스레 웃음이 나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화려한 원피스에 눈이 가고, 매일 같이 울리는 동창 연우의 영업용 단체문자도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단꿈에 젖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택선에게 찾아온 날벼락. 택선은 자신이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연구원 이균과 만난 택선은 최근 일어났던 자신의 변화가 바이러스의 증상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연애 세포 소멸 직전, 퍼져버린 사랑 바이러스! 택선은 과연 온 몸을 간지럽히는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12세 관람가. 98분.

■나미비아의 사막=“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이나 가치관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20대 소녀 카나. 그녀는 연애에 있어서도 그저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죄책감 없이 자유로운 관계를 추구한다. 그런 카나의 옆을 지키는 두 남자 혼다와 하야시. 자신만을 바라봐 주는 남자친구 혼다와 자유분방한 매력을 지닌 하야시 사이에서 카나는 갈등하게 된다.

남들은 물론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카나의 마음. 두 사람 사이에서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한 채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는 카나의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 일도, 사랑도 무엇 하나 제대로 손에 넣지 못하고 불안 속에 표류하는 청춘의 삶. 과연 카나는 진정 그녀가 원하는 바를 찾아갈 수 있을까?

뿌연 미래가 막막하기만 한 청춘의 현실을 그린 영화는 아직 ‘나’를 찾지 못한 이들의 삶에 묵직한 공감을 던진다. 15세 관람가. 137분.

긴 연휴의 빈자리를 채울 기대작들이 이번 주 극장가를 찾아온다. 사랑의 속성을 통통 튀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영화 ‘바이러스’가 행복한 웃음을 선사하며, 표류하는 청춘의 고민과 불안을 다룬 영화 ‘나미비아의 사막’이 관객들을 만난다. 자본주의 사회 양극화의 민낯을 천진한 색감으로 꼬집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재개봉해 기대를 모은다.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년 개봉 이후 꾸준히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돌아왔다.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 캐슬에 사는 6살 꼬마 무니와 친구들. 아이들의 일상은 알록달록한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와 반대로 텁텁하기만 하다. 구걸한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늦은 밤에야 돌아오는 엄마를 하염 없이 기다리는 아이. 사실 무니의 엄마 핼리는 미혼모로 홀로 딸을 키우고 있다. 악취 나는 쓰레기가 가득하고, 날마다 고성이 오가는 모텔이지만 모녀에겐 유일한 안식처인 매직 캐슬. 15살에 엄마가 된 핼리는 서툴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의 소원은 거액을 지닌 부자가 아니다. 그저 아이에게 먹일 한 끼를 걱정하지 않고, 지친 몸을 뉠 보금자리를 잃지 않는 것뿐이다. 잔인할 만큼 무심한 세상 속 모녀의 삶은 어디로 흘러갈까? 15세 관람가.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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