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농촌 지역의 금융 접근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대거 철수하면서 농촌 주민들이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정부와 금융 당국, 그리고 은행권은 더 이상 책임을 미룰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ATM 수는 2020년 말 684대에서 올해 7월 기준 539대로 21.2%나 줄었다. 같은 기간 은행 점포 수도 94곳에서 83곳으로 감소했다. 디지털 전환과 경영 효율화를 내세운 은행들의 구조조정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농촌 고령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양구군은 은행 점포 접근성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고, 강원 여러 시·군에서는 은행 점포를 이용하기 위해 20㎞ 넘게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된 도심과 달리, 농촌 고령층은 여전히 대면 금융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단지 익숙함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이나 모바일 앱 조작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층의 현실 때문이다. ATM의 급감은 특히 심각한 사안이다. 급히 현금이 필요한 때에 인근에 기기가 없으면 고령자들은 수십㎞를 이동해야 한다. 이는 교통수단이 부족하고 보행 이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는 사실상 금융 거래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삼척중앙시장 1곳을 제외하면 도내에 공동 ATM 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은 금융 당국의 무관심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금융 당국은 올해 초 은행들의 공동 ATM 운영 경비를 사회공헌 활동비용으로 인정하고, 공공시설과 대형마트 등으로의 확대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진전은 없다. 은행들은 여전히 수익성과 효율성 논리만을 앞세우며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은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 특히 농촌 고령층에게 있어 은행 점포는 단순한 돈 거래의 창구를 넘어 복지의 한 축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고령화 수준이 높을수록 금융 접근성이 낮아지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로 인한 금융소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니고 있고, 산악지형 특성상 이동 거리가 장벽이 되는 대표적 지역이라는 점에서 더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실질적인 금융 접근성 제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ATM 확대 설치와 이동형 금융 서비스 운영을 비롯해, 고령층을 위한 금융 디지털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기관은 영리 기업이 아니라 국민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기반 인프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도 역시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도와 시·군 차원에서 유휴 공간을 제공하거나 공공시설을 활용해 ATM 설치를 유도하고, 은행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 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