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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황금산성'에서 대만 광산 문화유적의 성지로··· "단순 관광지 아닌 지역의 가치 담아야"

[석탄 문화 세계유산화]
1. 대만 최초의 광업유적 박물관 '황금박물관'
정부 주도의 관광지 조성 및 광업 유적 보존
광부도시락·사금 체험 등으로 연간 100만명 발길
"보존과 문화유산 전승 목적 명확히 해야" 조언

지우펀과 더불어 금광촌이었던 진과스는 1987년 이후 폐광되면서 마을도 함께 침체됐다. 폐광으로 남은 이곳을 대만 정부가 2004년에 황금박물관을 만들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박물관 2층 황금관에서 관광객들이 220kg에 달하는 금괴를 만지고 있는 모습.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지우펀과 더불어 금광촌이었던 진과스는 1987년 이후 폐광되면서 마을도 함께 침체됐다. 폐광으로 남은 이곳을 대만 정부가 2004년에 황금박물관을 만들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진과스 본산 5갱도.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우리나라 경제 호황을 이끌었던 탄광이 이제 '역사'로 남게 됐다. 폐광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렇다고 찬란했던 영광과 번영을 그대로 묻어 두어서는 안될 일이다. 첨단 산업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되 페광을 바탕으로 한 우리만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전 세계적에 흩어져 있는 석탄문화 유산을 통해 강원자치도가 나아가야할 길을 점검해본다.

(1) 황금의 도시 진과스… 대만 최초의 광업 유적 박물관

대만은 한국과 공통점이 많은 나라다. 비슷한 시기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탄광을 통해 산업화를 이뤘다. 눈 여겨볼 지역은 황금박물관 투어로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신베이시 진과스다. '황금'이라는 콘텐츠를 일반적인 석탄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우리보다 앞서 폐광을 맞이한 진과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주목할만하다.

■ '금'을 캐는 사람들… 금광촌에서 포로 수용소로 = 중화민국 신베이시 루이팡구의 작은 마을이었던 진과스(金瓜石)가 세상에 알려진 건 이 '황금산성' 덕분이었다. 일제 강점기 철로 공사 중 금광이 발견되면서 진과스는 순식간에 금광촌으로 급부상했다. 금을 캐기 위해 광부들이 모여들고, 이들을 상대로 한 상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마을의 초등학교에는 학생수가 2,000명이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탄광 지역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들이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짧았다. 1987년부터 채굴이 중단되고 폐광이 속속 이뤄졌다.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영국인과 싱가포르에서 잡아온 포로들을 가두는 수용소로 전락했다.

지우펀과 더불어 금광촌이었던 진과스는 1987년 이후 폐광되면서 마을도 함께 침체됐다. 폐광으로 남은 이곳을 대만 정부가 2004년에 황금박물관을 만들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진과스를 찾은 단체 여행객.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지우펀과 더불어 금광촌이었던 진과스는 1987년 이후 폐광되면서 마을도 함께 침체됐다. 폐광으로 남은 이곳을 대만 정부가 2004년에 황금박물관을 만들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진과스 본산 5갱도.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폐광을 관광지로? 대만 정부의 승부수= 사실상 '유령 도시'나 다름없었던 그 곳은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9월 말 찾은 진과스는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황금기 시절의 활기까지는 아니지만 그 흔적을 따라 찾아온 관광객과 주민들이 옛 광부들의 빈 자리를 채웠다.

대만 정부는 1990년, 진과스를 관광특구로 지정하며 정부 주도의 관광지 조성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진과스의 자연경관에 옛 황금산성을 재현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관광 명소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황금박물관이 탄생한 배경이다. 건립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건립 논의가 시작된지 2년만인 2004년 옛 금광 터에 황금박물관이 공식 개관했다.

린웬충 황금박물관장은 "진과스는 아시아권에서 유명한 금광이었기 때문에 대만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며 "생산량도 많고 금 뿐 아니라 여러 귀금속이 나왔다. 지금은 생산되고 있지 않지만 황금박물관을 통해 옛 이야기를 남기고, 관광콘텐츠화해 개발해보자는 것이 당시 정부의 구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진과스 사금채취 체험.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 광부도시락·200㎏ 대형금괴로 유명세=신베이시 황금박물관에는 연간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약 14만명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 나머지는 모두 지역 주민이나 전국에서 찾아온 내국인들이다. 일단 국내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다는 얘기다.

황금박물관측은 이같은 흥행의 비결로 실제 프로그램을 꼽는다. 가장 성공한 아이템이 바로 '광부 도시락'이다. '광부 도시락'은 과거 광부들이 탄광에 일하러 갈 때 가져갔던 도시락을 상품화한 것이다. 대다수의 방문객들이 황금박물관을 찾아 둘러보고 이 곳에서 '광부도시락'을 먹으며 옛 광부의 일상을 체험해본다. 아이디어는 신베이시가 냈고, 이를 주변 식당에서 받아들여 판매하고 있다.

린웬충 관장은 "'박물관'에서는 전시품을 감상한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지만 이 곳에서는 광부들과 같은 음식을 먹어보고, 광부들이 했던 일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금박물관에서는 직접 사금을 만들어 보는 사금체험과 갱 안팎의 작업환경을 둘러보는 광산 카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초대형 금괴도 볼거리 중 하나다. 대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진공 주조 공법을 사용해 220kg의 금괴를 만들었는데, 이 금괴는 2004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금괴로 기네북에 등재됐다.

◇린웬총 황금박물관 관장.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 당장의 이익보다는 '보존'과 '문화유산 전승'을 목적으로 해야= '황금'이라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대만의 성공 사례를 강원 탄광의 상황에 똑같이 대입하기는 어렵다. 다만 '폐광'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이 곳에서 얻어가야할 점은 분명히 있다.

황금박물관측은 강원도에 '보존'과 '문화유산 전승'을 지켜야할 최대 가치라고 조언했다.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는 이보다 앞서 탄광 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황금박물관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매출 증대보다는 방문객 수 증대에 더 집중한다. 얼마나 더 많은 유료 티켓을 팔았느냐보다 얼마나 더 많은 이들에게 대만의 광산 유산을 알렸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인 셈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신베이시에는 현재 지자체 도움 없이 개별적으로 광산 유적 박물관을 운영중인 곳이 6~7개에 달한다. 신베이시는 현지 이를 통합한 전시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린웬충 관장은 "황금박물관의 가치는 오랫동안 지역 광산 문화유산의 보존과 홍보에 기여했다는데 있다"며 "광산 문화유산이 지역 주민의 일상에 녹아들도록 해 단순히 관광명소로 전락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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